AP통신은 22일 전문가들이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탈퇴를 결정하더라도 실제로 EU를 벗어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고 영국인들이 후회하기 시작하면 몇 년 안에 재투표를 원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이 EU를 한번 탈퇴하면 영원히 아웃”이라고 했으나 영국이 충동구매를 후회하듯 다시 국민투표를 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는 것.
런던정경대학의 싱크탱크인 아이디어스(IDEAS)의 팀 올리버 연구원은 브렉시트가 EU와 얼마나 거리를 두느냐에 따라 실질적인 개념이 다양하게 분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U 기구에서 전면 철수하는 것부터 자유로운 이주노동은 유지한 채 EU 주요 기관을 탈퇴하는 것까지 브렉시트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올리버 연구원은 “탈퇴의 개념이 다양하고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어 브렉시트 결정이 나더라도 영국이 출구가 어딘지 모른 채 유럽 로비를 헤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브렉시트 결정이 나오더라도 출구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어 영국 정치권에 운신의 폭이 넓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회원국이 탈퇴를 통보하면 이론상으로 2년 내 탈퇴가 마무리되지만 복잡한 국제 협상이 몇 년씩 걸리면서 협상이 지연되면 이해 당사자들이 마감 시간을 2020년 영국 총선 이후로 연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협상진행 도중, 특히 탈퇴 조건이 불리해져 유권자들의 마음이 바뀌는 경우다.
더블린 대학교에서 유럽 헌법학 전문가인 개빈 배럿은 ‘그래도 브렉시트를 원하는지’를 묻는 마지막 국민투표가 열릴 수 있다면서 “법적으로 가능하고, 이는 탈퇴를 번복할 근거를 줄 것”이라며 “재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아일랜드는 2008년 EU 개혁안을 두고 반대 투표해 정치인들이 상당한 양보를 얻어낸 다음 그 이듬해 이를 재투표해 찬성 결과를 내놓았다.
아일랜드는 앞서 EU 확대를 뼈대로 한 ‘니스조약’ 비준안을 국민투표에서 부결했다가 2002년 재투표해 가결한 바 있다.
덴마크도 1993년 국민투표를 다시 시행해 과거 부결안을 가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국민투표에서 영국 정계가 극명하게 갈려 있어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보수당 당권을 장악하면 재투표 가능성은 작아진다.
앨런 렌위크 런던대 헌법학부 부국장은 “현재 여러 가지 장기 시나리오가 나오는 만큼 재투표 시나리오도 추가할 수 있다”면서 “2020년 총선에서 재투표 공약을 내놓은 당이 승리해야만 재투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러 가설과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유럽의 주요 언론들은 브렉시트를 우려하는 내용의 기사와 논평을 게재했다.
프랑스의 르 몽드는 “반(反) 유럽 정서와 엘리트주의에 거부하는 움직임에 브렉시트 진영이 편승했다”면서 “EU 지도자들은 EU 작동 방식과 회원국에 재량권을 더 주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재앙’으로 경제계에 ‘공포감’이 퍼진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력지인 디 차이트는 ‘그들을 보내 줘라’는 제목으로 브렉시트로 결정이 나면 “EU를 다양한 차원에서 재정비할 좋은 기회”라며 “현재의 28개국이 아니라 유로화 사용 19개국 중심의 ‘작지만 약하지 않은’ 체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