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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불과 5개월 앞둔 가운데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지난 18일 광주 조선대학교 강연에서 ‘문·안·박 연대’를 공식 제안했다. 하지만 안 전 공동대표는 “당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며 “다양한 계층이나 다양한 분들로부터 말씀을 계속 듣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안 전 공동대표는 문 대표의 제안에 왜 뜨뜻미지근할까?
◇ ‘묻고 또 묻고’… 돌다리 정치
독서를 좋아하는 안 전 공동대표는 생활신조를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남보다 시간을 두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말하고 있다.
컴퓨터 백신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때까지 약 7년간 독학으로 공부한 것에서도 그의 ‘묻고 또 묻고’ 식의 스타일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안 전 공동대표는 의사, 백신프로그래머, 전 벤처 사업가, 전 대학 교수 등 다양한 직업을 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신중함이 때로는 우유부단하고, 시간끌고 뭉개는 스타일로 보일 때가 있다. 지난 2012년 대선 출마에 대해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출마 여부를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우유부단하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안 전 공동대표는 “결단할 때는 결단하고 내려놓을 때는 내려놓는 선택을 해 왔다”고 말했다.
◇ 지난 대선 트라우마 탓?
안 전 공동대표가 ‘3두 지도체제’ 수용 여부에 장고(長考)하는 건 지난 18대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 협상과정의 앙금 때문이란 설명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만일 안 전 공동대표가 문 대표의 문·안·박’ 카드를 받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버림을 받을 거란 우려가 있다.
문 대표가 앞서 안 전 공동대표에게 혁신위원장과 인재영입위원장직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했지만 잇달아 거절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안 전 공동대표는 최근에도 “저한테 어떤 자리를 준다든지 하는 건 완전히 본질에서 벗어난 주장”이라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아직도 양측의 갈등 골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채 앙금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