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열화-부실대학 양산, 오래된 비판
전문가 "교육부의 대학혁신 정책에 역행"
1970~1980년대 산업화 당시 경제 호황으로 대학학력 이상의 인력 공급이 모자라는 상황이 1990년대에도 이어지고,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자 김영삼 정부는 1994년 대학을 늘려 산업인력을 공급하고, 교육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대책을 마련했다. 이 결과로 나온 게 대학에도 '자율'과 '경쟁'을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5·31 교육개혁' 조치다. 이 때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됐다.
일정한 기준만 충족하면 자유롭게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조건을 풀어준 탓에 2011년 기준 300여 사립대 중에서 20%가 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라 설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학 정원 자율화정책이 함께 시행되면서 수도권 대학이 더욱 비대해졌다. 그에 반해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 설립된 대학 중 지금까지 폐교한 학교는 13여 곳에 불과하다. 결국 대학 난립과 대학서열화가 더욱 심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대학의 자율 경쟁이라는 정부 의도는 퇴색하고, 대학 서열화와 부실대학 양산을 초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학설립준칙주의로 설립한 대학은 기존 인가제보다 대학 설립이 훨씬 쉬운 만큼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곧바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김영삼정부 때까지만 해도 대학 나온 사람들이 적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학령인구가 급감하는데다, 대학이 너무 많으니 이제는 반대로 대학을 통·폐합하고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대학설립준칙주의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대학설립준칙주의의 문제점을 인정한 바 있다.
이 부총리는 지난 2022년 인사청문회 당시 대학설립준칙주의와 관련해 "(이명박정부 당시) 제가 누구보다도 강하게, 10년 후면 대학인구가 급감한다. 여기에 대비해 설립준칙주의와 함께 퇴출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있어서 설립과 퇴출이 자유롭게 되지 않으면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취지로 (퇴출제도가) 진행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쉽게도 (이후엔) 퇴출 제도 정비가 제대로 안 됐다"며 "지금은 (대학 수가) 줄어들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퇴출에 대한 정책이 빨리 도입돼야 하는 상황에서 늦춰진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