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승차감 시험로 등 12가지 시설 갖춰
품질 제고노력, 美 시장 성장 결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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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이 주행시험장에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현대차·기아 차량과 현지개발 부품에 대한 성능 및 내구력 시험을 수행한다. 고속주회로, 승차감·소음 시험로, 비포장로, 쏠림시험로, 염수 부식시험로 등 12가지의 다양한 시험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또 여름철에는 지면 온도가 50도를 넘어가는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면서도 겨울에는 비와 눈이 몰아치는 기후적 특성 덕에 사계절 내내 다른 조건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최근에는 자동차 시장 트렌드에 맞게 주행 시험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내연기관 위주의 내구 테스트가 주로 진행됐다면 현재는 전기차의 열관리·냉각 성능 테스트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가혹한 오프로드 테스트가 강화됐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기온 45도 이상, 일사량은 ㎡당 1000W 이상인 날 고속주회로 4000바퀴를 이상 없이 달려야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오닉5N의 경우 가혹한 주행 환경에서도 배터리 온도가 60도를 넘지 않는 것이 개발 과정에서의 큰 숙제였지만,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의 반복적인 테스트를 거친 덕분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곳에서 아이오닉5N을 대상으로 고속 충전과 주행을 수없이 반복한 끝에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와 주행 성능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성능 테스트에는 고속주회로도 빼놓을 수 없다. 10.3㎞의 타원형 3차로 트랙으로 구성된 고속주회로는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험로다. 미국의 고속도로를 모사한 길게 뻗은 도로를 최고 시속 200㎞로 주행하며 가혹하게 테스트할 수 있다. 규모가 큰 만큼 최고속도로 한 바퀴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분이다.
현대차·기아는 고속주회로에서 전기차의 고속 주행 안정성과 동력성능, 풍절음, 노면 마찰음 등을 평가해 전기차의 성능과 내구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고속주회로 시험은 차량 1대당 3만마일(4만8280㎞), 4000바퀴 이상을 이상 없이 달려야 통과할 수 있다.
다양한 비포장 도로로 이뤄진 오프로드 시험로에서는 위장막이 씌어진 신형 SUV 모델과 전기차의 시험이 한창이었다. 최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SUV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현대차·기아는 SUV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초기 1개 코스에 불과했던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오프로드 시험로를 7개 코스로 늘렸다.
가장 눈길을 끈 시험 코스는 제네시스 GV70 차량을 테스트하고 있던 TCS(구동력 제어 시스템) 시험로였다. 약 1.2㎞의 길이에 다양한 경사의 모래길로 이뤄진 시험로에서는 차량의 TCS 평가를 비롯해 오프로드 주행 및 탈출 성능을 개발하고 있었다. TCS는 차량이 쉽게 험로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오프로드의 필수 기능으로, 현대차·기아는 TCS를 시험할 수 있는 모래길, 자갈길, 아스팔트 둔덕 등 다양한 노면을 마련해 기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이러한 품질 제고 노력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의 두드러진 성장세로 결실을 맺고 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며 10% 내외의 미국 신차 판매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2년 연속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전년 대비 12.1% 증가한 165만2821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미국 진출 후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앞으로도 고객의 니즈와 시장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글로벌 고객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모빌리티 개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