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정점' 롯데지주 지분율 0%
경영능력 키워 존재감 입증 급선무
승계자금 쌓고 지분확보 등 힘써야
1986년생인 신 상무는 지난 2월 부친 신 회장과 비슷한 나이(만 35세)에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임원으로 합류하면서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지사이긴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그룹 내 주요 사업으로, 최근 롯데가 발표한 37조원 투자 계획 중 10조원이 롯데케미칼과 연관된 화학사업군에 투입될 정도다. 실적으로 말해야 하는 경영능력 검증에 이만한 발판도 없다. 반면 경영능력 입증과 별개로 지배구조 부분에선 승계작업의 첫발도 떼지 못했다. 특히 신 상무는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롯데 관련 지분이 아예 없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지분율도 0%다. 경영 능력으로 존재감을 입증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승계와도 맞닿아 있다.
신 회장이 한국 롯데 입성 후 회장 취임까지 21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아직 여유는 충분하다. 신 회장이 M&A로 롯데를 재계 순위 5위에 올린 것처럼 롯데케미칼을 통한 신사업 추진과 M&A로 경영 능력을 보여야 한다. 그러면서 승계 자금을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지난해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로 보수 59억5000만원 챙긴 만큼 재원 마련 방법이 없진 않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베트남 출장을 떠난 신동빈·유열 부자는 이날 2023년 완공을 앞둔 베트남 롯데몰 하노이와 롯데건설이 수주한 스타레이크 신도시에 방문했다. 2일에는 호찌민시로 건너가 롯데건설이 건설 중인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도 참석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롯데가 3세 경영 준비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 회장도 1990년 일본 롯데상사에서 2년 만에 롯데케미칼(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이동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롯데케미칼은 그룹 내에서도 매출 1위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신유열 상무는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로 이직했고, 2년 만인 지난 2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총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수소 에너지와 배터리 소재 사업을 키워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두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에 창사 이래 최대 해외 투자 규모인 39억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며, 몸값 3조원의 일진머티리얼즈 입찰에도 나서는 등 그룹 내에서 투자와 M&A가 가장 활발하다.
현재 신 상무가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서 기초소재 영업과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실적쌓기도 쉽다. 롯데케미칼이 승계작업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셈이다.
롯데 관계자는 "단순히 해외사업 시찰을 위한 동행일 뿐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지 않는다"면서 "경영 승계 해석은 너무 이르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승계의 핵심인 롯데지주의 지분이 한 주도 없다는 게 신 상무의 약점이다. 롯데케미칼로 경영능력을 입증하면서 지분 확보 작업도 돌입해야 한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 13%는 1일 종가(보통주 4만1400원·우선주 5만1500원) 기준으로 약 5707억원 정도다. 증여세만 약 2800억원에 이른다. 재계의 여느 기업이 그러듯 업무 역량을 높여 보수를 통한 재원 마련이 최선이다. 신 상무도 올해부터 임원을 단 만큼 실적을 높여야 한다.
또한 롯데의 지배구조 개편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2015년 형제의 난 이후 신 회장이 우호지분을 확보하며 안정적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3대로 내려오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현재 롯데는 지주회사로 전환했지만 롯데지주에 일본 관계사 지분이 21%에 이른다. 광윤사의 최대주주로,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30%(광윤사+신동주) 영향력을 가진 신동주 회장의 행보가 관건이다.
안정적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우선이다.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부터 진행해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부터 끊어야 한다.
국적 문제도 잡음 없이 해결해야 한다. 현재 신 상무는 일본 국적이다. 병역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신 상무의 귀화 시점을 병역 면제가 되는 만 38세 이후(2025년 이후)로 보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병역 문제에 민감한 국민적 정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재계에서는 신 상무가 이제 만 35세에다 신 회장도 온전히 경영권을 장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른 시일 내에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그래도 현재 신유열 상무의 롯데지주 지분이 없고, 신 회장의 승계 때와는 사회적 분위기도 다른 만큼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