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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우리 정부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전개와 관련해 그 어떤 요청과 협의, 결정된 바가 없다는 ‘3 No’ 정책을 강하게 견지해왔던 것과 달리 국익과 안보 관점에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전격 밝혔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미 정치권과 정부 고위 관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 전개는 이제 북한 핵과 미사일 방어를 위한 실효적 수단으로 본격 제기되고 있다. 벤 로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도 13일(현지시간) 미 정부가 한국·일본과 미사일방어(MD) 체계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해 주목된다.
한반도 비핵화 정책이 한국 정부의 핵심 기조여서 극도로 민감한 문제인 독자적인 핵무장이나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문제도 기자들과 질의 과정에서 나왔지만 박 대통령이 공개적인 석상에서 언급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중국이나 국제사회에 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라 중국 압박용으로 ‘사드 배치 검토’나 ‘전술핵 반대 발언’을 했을지라도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 전개는 어떤 식으로든 가속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배치도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14일 북한 핵실험을 강력 제재하기 위해 한·미·일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고강도 대북제재 방안을 조율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회동에 들어갔다. 또 한·중 국방부는 15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15차 한·중 국방정책실무회의를 연다. 한·미·일은 16일 외교차관 2차 협의회도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다.
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는 14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앞으로 중국의 반응을 봐야 하겠지만 박 대통령이 그 정도 발언은 당연히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박 대통령의 이번 중국 압박용 사드 발언만으로는 중국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황 교수는 “북한 체제를 압박하고 제재하기 위해 중국이 어떤 카드를 쓸 것인지 한국 정부가 중국과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한·중·일과 6자회담 당사국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고강도 대북 제재안에 대해 중국이 어느 정도 호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사드 전개 발언이나 한반도로의 전략 자산 배치는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한국과 미국의 분명한 메시지라는 점을 중국이 알아야 한다”면서 “북핵 정세에서 한·미·일의 강력한 제재에 중국이 적극 동참하는 것이 중국의 안보적·전략적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중국에 상기시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