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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남북 간에 어렵사리 살린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가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8·25 합의에 따라 합의 당일 북한이 전군에 내린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고 우리 쪽은 대북 확성기 방송 심리전 중단 조치를 이미 내렸다.
하지만 준전시상태 해제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은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인 반면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인도적 차원의 실질적인 후속 조치라는 측면에서 남북 당국자 회담과 민간교류 활성화에도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는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년을 맞아 북한이 위성발사를 명분으로 또다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하고 있어 또 한번의 남북 관계의 고비를 맞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구체적 동향이 포착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 움직임은 통상 발사일 3주 전부터 감지된다는 점에서 이달 중·하순부터는 장거리 로켓 발사대가 위치한 북한 동창리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만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당장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물론이고 8·25 합의, 더 나아가 남북 관계 전반이 또 다시 급격한 경색국면으로 회귀하게 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실무 합의와 관련해 “남북 모두 8·25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특히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의 문제를 적십자 본회의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해 연말까지 대화국면을 이어갈 계기를 만들었다”고 다소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남북 모두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이번 적십자 실무접촉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날짜가 노동당 창건일 이후로 정해지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여부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20일부터 진행될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비롯해 어렵게 살린 남북 대화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절제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 이전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만약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그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조치가 취해지고 북한이 이에 반발해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되고 남북관계도 적대적 상태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 실장은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인한 남북관계 전면 경색을 막기 위해서도 이달 중에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간의 고위당국자 접촉을 재개하거나 남북 장관급회담을 열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포기를 전제로 연말까지 이산가족 6만 명 전원의 북한 가족 생사 확인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교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