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신질서 태동.. '항일' 동북아 지형 바꾸나
1954년 중국의 전승절 당시 마오쩌둥 주석의 바로 오른쪽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서있었다. 당시 중국은 이 같은 장면을 연출해 북한과 중국의 혈맹 관계를 대내외에 선포했다.
그로부터 61년이 지난 2015년 전승절에선 시진핑 주석의 옆자리엔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했다. 달라진 북중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대신해 열병식에 참석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맨 구석으로 밀려났다. 물론 최 비서의 급이 낮다는 이유도 있지만 예전의 북·중 관계를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는 평가다.
최 비서를 대하는 중국측의 자세도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는 내용이 전무했다. 최 비서는 2일 저녁 환영 만찬에서 시 주석과 인사만 나눴으며 이날도 열병식에 앞서 의례적인 악수를 나눴을 뿐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의 열병식에는 시 주석의 진정한 친구가 옆에 서게 되는데,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이 아니라 한국의 박 대통령”이라며 “이런 모양새가 북한과 중국이 얼마나 냉랭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북·중 간 냉랭한 분위기는 시진핑 체제 이후 확산되는 모습이다.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중도 지난 2013년 5월 최 비서의 방문 이후로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중국의 반응도 격화되고 있다. 시 주석은 2일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긴장 고조 행위를 반대한다”며 북한을 겨냥하기도 했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이번 회담과 관련,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미국, 일본 등 전통적인 동맹·우방국 정상은 참석하지 않은 행사에서 사회주의 이념적 전통을 지닌 중국, 러시아의 정상과 나란히 무대에 선 것을 두고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맞물려 한·중 관계가 깊어지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한·미·일 협력 구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