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부 법제처장은 25일 국회 상임위원회가 시행령 등 행정입법의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개정안이 “법률안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많은 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며 “헌법상 인정된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제 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정부가 국회 상임위의 수정·변경 요청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국회에서조차 의견이 통일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 처장은 또 개정안이 ‘수정·변경 요청 받은 사항을 처리’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대해 “국회 상임위가 행정입법을 고치라고 요청하면 정부는 요청받은 대로 고쳐야 할 의무를 지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해석되면 국회 상임위가 행정입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정부가 스스로 판단해 행정입법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헌법상 행정입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행정입법의 소관 상임위가 두 개 이상이 될 경우 상임위간 의견이 달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습지보전법 시행규칙의 경우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의 공동부령인데 국회 환경노동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요구 사항이 다르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국회법 개정안이 헌법상 법원의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도 꼬집었다.
헌법 107조 2항에 따르면 명령이나 규칙의 헌법·법률 위반 여부는 법원이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이 확정되면 이 같은 법원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제 처장은 “나아가 법원은 행정입법이 위헌이나 위법이라고 판결할 뿐”이라며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가 요청대로 행정입법을 고치도록 하고 있어 상임위에 법원의 심사권보다 훨씬 강력하고 포괄적인 심사권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상임위의 행정입법 수정·변경 요청에 따른 법적 안정성 훼손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제 처장은 “헌법에서 정부에 행정입법권을 부여한 이유는 수시로 변화하는 정책 상황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면서 “시행중인 행정입법을 국회 상임위가 고치라고 한다면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갑자기 행정입법이 바뀌어 예상치 않았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