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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여야 정치권이 만일 국회법 개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재 메르스 정국에서 또다시 충돌을 빚는 모습을 보일 경우 국민들로부터 치명적인 정치적 불신의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과 청와대, 여야 정치권이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한발씩 양보해 어떤 식으로든 접점을 찾아 위헌 시비를 해소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대한 국회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라는 논란도 불식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더구나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메르스 사태에 범정부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 공백 상태가 더 이상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때문에 당장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절차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마냥 반대만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더욱 고민이 깊어진다.
특히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날 위헌 논란을 빚은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자신의 중재안으로 위헌 소지를 완전히 없앴다면서 사실상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또한 청와대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국회에서 나름 묘안을 짜냈는데 이러한 중재안까지 청와대가 거부하면 자칫 국회법 개정안으로 국회 파행과 여야 정치권, 당·청 간의 갈등이 빚어질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청와대가 고스란히 짊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극히 이례적으로 여야 원내대표까지 불러 “정부가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 여야가 충분히 숙고하고 협의를 통해 위헌 소지를 완전히 없애서 이송하려는 취지”라면서 “정부에서도 충분히 그것을 감안해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불필요한 충돌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까지 박았다.
사실상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해도 그 이후에 국회에서 전개될 상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위헌 가능성을 제기한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 권한 강화 조항과 관련해 국회 중재안으로 상당부분 강제성 논란이 해소된 만큼 거부권 행사는 부적절하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 가운데 정부 시행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문구 중 ‘요구’를 ‘요청’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강제성이나 구속력을 최대한 낮췄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이날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과 정 의장 견해에 대해 “기존 국회법 개정안이든 중재안이든 위헌성 해소가 핵심”이라고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구 조정’으로는 위헌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강해 중재안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결국 거부권 행사로 가닥을 잡는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 나온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에 총력을 쏟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국회법 개정안 문제에 대해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국회법 개정안이 이날 정부로 이송됨에 따라 15일 안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16, 23, 30일 국무회의에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안이 상정될 수 있다. 만일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결론을 내게 되면 23일로 예정된 국무회의에 거부권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청와대가 일단 메르스 사태 진전 상황을 좀더 지켜보면서 신중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