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오는 16일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해 오래 전부터 두 나라가 준비해 온 가장 큰 외교적 일정을 불과 사흘을 앞두고 외교적 부담까지 감수하면서 이날 오전 연기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방미 연기 문제를 놓고 최근 며칠 동안 고심을 거듭하다 이날 아침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두 나라가 공식 일정을 발표한 정상회담을 불과 1주일 앞두고 한국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전격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전격적으로 방미를 연기한 것은 이날 사망자가 새로 2명이 더 늘어 모두 9명이 되고, 확진 환자도 13명이 추가돼 108명으로 증가하는 메르스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이번 주가 3차 감염과 메르스 확산의 분수령이 되기 때문에 각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메르스 조기 종식 등 국민 안전을 챙기기 위해 다음 주로 예정된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방미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김 수석은 “그동안 박 대통령은 국내 경제 활성화와 우리 경제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주요 국가들을 방문하며 순방 외교를 해왔다”면서 “하지만 국민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방미 일정을 연기하고 국내에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은 현재 메르스 대응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적극 대처해 왔고, 직접 매일 상황을 보고받고 점검하고 있다”면서 “방미 연기와 관련 사전에 미국 측에 이해를 구했으며, 앞으로 한미 간에 서로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로 방미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연락해 메르스 사태로 인한 국내 사정에 따라 방미 연기 의사를 전달했고, 이에 미국 측이 동의를 함에 따라 방미 일정 연기 발표가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당초 정부와 전문가들의 예측과 달리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 아니라 이날도 사망자와 확진 환자가 예상치 보다 크게 늘고 감염의심자 2500명, 격리자가 3500명에 육박함에 따라 사실상 국정의 모든 역량을 메르스 조기 종식에 쏟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메르스 대응을 위한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는 만큼 정부 대응에 신뢰를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 목소리로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 한다는 대통령의 결단을 보여준 것은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미국을 가지 않는 그 이상으로 대통령이 사실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며 국가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