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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항공전문가들과 국회 소식통에 따르면 KFX 사업의 핵심 부품인 에이사(AESA) 레이더, 표적획득장비(TGP), 적외선탐지장비(IRST), 전자교란장비(JAMMER) 등을 미국이 기술협력 생산(license production) 방식을 통한 블랙박스화 해 전투기에 탑재하고 국내 업체는 체계 통합 기술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우리 정부와 국회가 승인을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외 기술의 국내 기술협력 생산도 국산화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미국이 자국의 핵심 기술과 부품, 장비를 전혀 오픈하지 않고 블랙박스화 해 한국 업체가 국내서 조립만 해서 전투기에 붙이는 방식이다. KAI와 록히드마틴이 국산 T-50 고등훈련기를 기술협력 생산하는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한국 측이 에이사(AESA) 레이더, 표적획득장비(TGP), 적외선탐지장비(IRST), 전자교란장비(JAMMER) 등의 기술을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 측이 거절하고 있으며 대신 직구매를 하든지 아니면 기술협력 생산을 통한 블랙박스화를 해서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내 업체는 미국 측에 핵심 부품 중에 하나인 임무컴퓨터 소프트웨어(OFP)와 장비 간에 서로 연결해 주는 체계통합 기술을 요청했지만 그것조차도 미국 측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항공전문가는 “미국 측이 최근 한국의 항공 기술과 개발 능력을 파악하고 상당히 높은 평가와 함께 깜짝 놀란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 측이 핵심 기술과 부품, 장비를 주지 않아도 어차피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기술협력 생산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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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항공전문가는 “미국 측은 KFX 핵심 기술을 한국이 직구매하거나 기술협력 생산을 해서 한국에 기술 이전을 하지 않으면서 한국이 독자적인 국내 개발을 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면서 “기술협력 생산을 하게 되면 핵심 기술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계속 통제하면서 미국 정부는 갖다 붙이는 부품이나 장비, 기술에 대한 돈은 돈대로 다 가져가고 한국은 조립 비용 밖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한 공군 예비역은 “미 정부로서는 기술 유출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으면서 돈은 돈대로 가져 가고 KFX를 추진하는 국내 업체는 개발 리스크가 없어 좋고 국내 에이전트들은 커미션을 많이 챙겨서 선호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서 “국내 업체들과 경쟁하는 미국 업체들은 이미 포기했던 KFX 사업들을 따낼 수 있어 미국이 우회적인 기술협력 생산 방식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공군 예비역은 “미국 측이 기술협력 생산 방식을 택하게 되면 한국으로서는 사실상 핵심 기술과 부품, 장비에 대한 국산화는 물 건너 갔다고 할 수 있다”면서 “KFX 사업이 지금처럼 가게 되면 껍데기만 한국형 전투기인 제2의 T-50 꼴이 될 수 밖에 없으며 미국의 기술·수출 통제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학계의 한 항공전문가는 “지금 단계에서는 KFX 본래 사업 취지에 맞게 적정 국산화 비율과 가격 협상, 개발 계획에 따른 예산을 정확히 계산해서 업체와 계약을 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 같다”면서 “일단 업체와 협상과 협력을 잘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방법이 꼭 미국하고만 하라는 법이 없고 국익 관점에서 우회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