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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30일 한민구 국방부장관 주재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KFX 사업의 체계개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와 기술·투자 협력을 맺고 있는 KAI는 이번 입찰전에서 유럽의 에어버스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대한항공(KAL) 보다 기술력과 개발 계획·능력, 경험, 가격 등 28가지 모든 항목에 걸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수년 전부터 조직과 인력을 준비해 온 KAI에 불과 한 달만에 ‘급조된 KAL’이 경쟁 자체가 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KAI가 우선 협상 대상 업체로 선정됐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 없는 상황이다. KFX 사업 자체가 제대로 갈 수 있을 지에 대해 적지 않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사실상 이제 막 KFX 사업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며 ‘산 넘어 산’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초기 개발비와 양산비, 운용유지 비용까지 30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국책 사업을 하면서 아직까지도 범정부 차원의 ‘보라매국책사업단’(가칭)을 꾸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업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 항공전문가는 이날 “범정부 차원의 국책사업단을 꾸리기 위해 관계자들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올해 안에 국책사업단을 꾸리는 것이 불투명한 것으로 안다”면서 “방위사업청과 공군, KAI,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국가 항공기술 전문 인력과 기술을 총결집해도 사업이 될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여태까지 국책사업을 구성하지 못한 것은 사실상 사업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계의 한 항공전문가는 “KFX 사업을 성공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범정부나 총리실 직속으로 사업관리를 전담할 수 있는 사업단을 꾸리는 것”이라면서 “최근 방위사업 비리 때문에 특정 업체나 방사청 모두 자꾸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사업과 기술, 예산을 통합해서 객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업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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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군 예비역 장성은 “KFX 사업이 탐색개발을 하면서 3년이 늦어지고 이런 저런 이유로 사실상 10년 가까이 늦어진 상황에서 올해 안에 사업단을 꾸리지 못하면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일 수 밖에 없다”면서 “KAI와 록히드마틴사의 기술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아 전투기 개발 막판에 가서 핵심 기술과 부품을 주지 않는다고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주·월·연간 단위의 로드맵을 짜고 통합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사업단을 최대한 빨리 출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전문가는 “지금은 범정부 차원에서 방사청과 KAI, ADD, 공군, KAL, LIG넥스원, 삼성탈레스, 삼성테크윈, 한화, 국내외 협력업체 등 모든 관련 기관과 연구소, 업체가 다 달라 붙어서 사업을 진행해도 될까 말까 하는 상황”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 손으로 한국형 전투기를 만든다고 하면서 정작 중요한 핵심 기술과 장비, 구성품을 해외에서 가져와서 붙인다면 굳이 KFX 사업을 하지 말고 차라리 전투기를 사오는 것이 낫다는 비판도 거세다. 전투기 껍데기만 한국형으로 만들려면 수조원의 국민 혈세를 쏟아 부으면서 KFX 사업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KFX 사업의 국산화 핵심 기술과 부품으로는 에이사(AESA) 레이더·표적획득장비(TGP)·적외선탐지장비(IRST)·전자교란장비(JAMMER)·임무컴퓨터 소프트웨어(OFP)가 있다. KAI의 기술적 협력 파트너인 록히트마틴사가 과연 한국에서 만드는 한국전투기에 미국의 핵심 기술과 장비 협조를 통해 한국이 국내 개발하게 놔 두겠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그래서 정부가 중심을 잘 잡고 업체와 협상을 잘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