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기 난사 사건 원인부터 임 병장 체포 대응까지 우리 군의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 속에 국민과 언론의 눈을 속이기 위해 ‘가짜 임 병장’까지 연출해 그야말로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임 병장이 자살 시도 직후 생포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은 군 당국이 내세운 ‘가짜 임 병장’의 후송 사진과 화면으로 도배됐다. 군의 ‘가짜 임 병장’ 연출때문에 언론의 공신력도 큰 타격을 입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당시 구급차 4대를 준비해 2대는 아산병원으로, 2대는 동인병원으로 가게 했다”면서 “아산병원에서도 진짜 임 병장이 탄 119 구급차는 지하의 물류창고를 통해 응급실로 향했고, 가짜 임 병장이 탄 군 구급차는 응급실 정문으로 갔다”고 밝혔다.
군은 들것에 실린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늘색 모포를 덮고 있던 장병을 임 병장으로 언론 취재진이 오인하도록 응급실로 이송하는 흉내까지 냈다. 그 사이 진짜 임 병장은 이미 응급실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산병원 측에서 ‘응급실 앞에 취재진이 많아 진료가 제한되니 별도의 통로를 준비하겠다’면서 국군강릉병원에 가상의 환자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이런 내용이 국군강릉병원장인 손모 대령에게 보고됐고 그렇게 하기로 협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산병원은 응급실로 들어가는 길목이 좁아 구급차가 들어가기 어려웠고 임 병장의 혈압도 매우 위험한 수준이어서 곧바로 처치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면서 “이런 점 때문에 아산병원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산병원에 취재진이 많더라도 포토라인을 만들어 임 병장에게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했으면 될 일을 가짜 임 병장까지 내세워 언론과 국민을 속인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무엇보다 응급한 임 병장 후송이후에라도 즉각 이러한 사실 확인이라도 해 줬으면 수많은 언론들이 오보를 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부는 임 병장 생포 직후 그를 후송하는 병원이 처음에는 국군강릉병원이라고 했다가 강릉 동인병원으로 바꾼 뒤 또다시 강릉 아산병원으로 정정했다.
취재진이 임 병장이 후송되는 병원으로 몰려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당시 동인병원으로 향한 구급차 2대도 취재진의 눈을 따돌리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국방부가 나서 과도하게 언론을 통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 외부로 누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족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국군 강릉병원은 사고자 임 병장을 강릉 아산병원으로 후송하기 전에 강릉 아산병원에서 보낸 129 환자인수팀으로부터 “병원이 혼잡하니 별도의 진입로를 준비했다”, “즉각적인 수술을 위해 CT 촬영을 해달라”, “가상의 환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듣고 이에 129 환자 인수팀의 구급차와 별도의 앰블란스, 가상의 환자를 운용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국방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며 자살을 시도한 사고자의 위중한 상태를 의료적인 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조치였다고 국방부는 해명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러한 조치 이후 언론에 설명을 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비슷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