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병장이 나름 부대 생활에 적응하면서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관심병사인 임 병장을 실탄과 수류탄, 개인 화기를 소지하는 최전방 GOP 근무를 하게 한 것이 이번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관심병사는 A, B, C 3등급으로 나뉘는데 A급은 특별관심 대상, B급은 중점관리 대상, C급은 기본관리 대상이다. 육군은 ‘관심’으로 지정된 병사에 대해서는 GOP 근무를 배제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병력 부족으로 A급 관심병사만 GOP 근무에서 제외시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즉 GOP에 투입될 수 없는 A급 관심병사던 임모 병장이 B급으로 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근무에 무리하게 투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GOP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총기와 실탄을 휴대하고 생활하기 때문에 GOP 운영부대는 인성검사 등을 통해 일정한 자격과 요건을 갖춘 병력을 엄선해 투입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22일 “GOP에 필요한 인력은 그대로인데 육군 병력이 전체적으로 감축되면서 선발할 수 있는 인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철책을 지키는 최전방 초소인 GOP는 적의 침투 징후를 조기에 식별해 주력부대에 경고하고 적의 공격시 제한된 방어작전을 수행하는 곳이다. 적진 바로 앞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경계근무에 투입되는 병력에는 실전을 염두에 두고 K-2 소총 1정과 수류탄 1발, 실탄 75발이 기본적으로 지급된다.
전방부대 관계자는 “GOP에서는 항상 실탄을 휴대해야 하는 근무 특성상 엄격한 근무자격을 갖춘 병사만 선발해 투입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GOP 소요 병력에 대비해 선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심병사도 데려가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군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심병사 GOP 근무 투입 문제를 비롯한 관심병사 관리제도 전반에 걸쳐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현재 우리 군에서 복무 부적합 우려가 있는 ‘보호관심병사’(관심병사)는 육·해·공군을 합해 70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2005년 경기도 연천군 GP(전방초소) 총기난사 사건 이후 관심병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A급은 자살 계획을 세웠거나 시도한 경험이 있는 등 병영에서 사고유발 고위험군에 속한다. 소대장에서 대대장까지, 부소대장에서 주임원사까지 이들을 관리할 책임이 주어진다.
B급은 개인과 가정문제로 성격이 원만하지 못하거나 가혹행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부류에 해당한다. 중·소대장, 부소대장, 행정보급관이 관리 책임을 진다.
기본관리대상인 C급은 주로 입대 100일 미만자와 허약 체질, 인성검사에서 동성애자로 식별된 병사들이 포함된다. 소대장과 부소대장이 관리 책임을 지고 있다.
관심병사 중 자살 우려자는 모두 군의관 상담과 진단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울증이 의심되면 병원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우울증을 동반하지 않은 자살우려자는 비전·그린캠프에 입소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치유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병역심사관리대로 이관해 현역복무 부적합 심사를 받게 한다.
철책 이남의 GOP뿐만 아니라 철책 내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GP에도 관심병사가 근무 중이어서 부대 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2012년 군 인사법 개정으로 병영생활관 전문상담관을 선발하고 있다. 이들은 부대 내에서 병사들의 상담을 받고 고충을 해결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현재 200명 안팎이 활동하고 있지만 2017년까지 연대급 부대에 1명씩 모두 350명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을 운용할 예산 부족으로 정작 상담이 필요한 연대급 이하 부대 배치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대대급까지 병영생활관 전문상담관을 배치해야 병사들의 부대 생활과 적응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