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제법 위반, 멕시코 주권 침해"
에콰도르 대통령실 "범죄자 망명 허용, 면책특권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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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에콰도르 경찰의 멕시코 대사관 강제 진입이 국제법 위반과 멕시코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외교부에 에콰도르와의 외교관계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에콰도르 경찰은 전날 저녁 자국 수도 키토의 멕시코 대사관에 진입해 지난해 12월부터 그곳에 머물러 온 호르헤 글라스 전 에콰도르 부통령을 체포했다. 에콰도르 경찰의 진입은 글라스 전 부통령이 신청한 멕시코로의 정치적 망명이 같은 날 오전 승인된 후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대사관 내 멕시코 외교관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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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에 대해 브라질·콜롬비아 등 좌파 정부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우루과이 등 우파 정부들도 비판 성명을 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글라스는 좌파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전 정권과 레닌 모레노 전 정권에서 2013∼2018년 부통령을 지냈다. 그는 2016년 마나비주(州) 지진 피해 복구비를 불법 전용한 혐의(횡령)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자, 멕시코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이번 체포는 에콰도르 당국이 탈주자로 간주하는 글라스 전 부통령을 둘러싼 멕시코와의 긴장이 고조된 지 수개월 만에 일어났고, 양국 정부 간 가시 돋친 설전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에콰도르 대선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후 더욱 격화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좌파 성향의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전날 중도 우파 성향의 다니엘 노보아 아신 대통령이 당선된 에콰도르 대선에 대해 "매우 불행한 일"로 여긴다고 말했다. 이에 에콰도르 정부는 자국 주재 멕시코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했다.
에콰도르 대통령실은 엑스에 올린 성명을 통해 글라스 전 부통령이 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며 "에콰도르는 주권국이며 어떤 범죄자도 자유롭게 지내도록 놓아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콰도르 대통령실은 "(멕시코 측이 글라스 전) 부통령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통상적인 법적 틀에 반해 망명을 허용한 것은 외교사절단에 부여된 면책특권을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