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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년전과 다른 기억…핼러윈 당일 이태원은 ‘질서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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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윤 기자 | 강다현 기자

승인 : 2024. 10. 31. 23:32

31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골목길 추모 행렬
경찰, 소방, 서울시 안전관리 인력 투입돼 질서 있는 핼로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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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당일인 31일 오후 10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시민들이 경찰 통제에 따라 우측 통행하며 질서정연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반영윤 기자
핼러윈 당일인 31일 오후 10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10m 남짓 폭의 도로 중앙에 붉은색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었다. 마법사, 호위무사 등 다양한 분장을 한 시민들이 300여 m 길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바리케이드 사이 경광봉을 들고 통행 안전을 유지하는 경찰관과 안내요원의 "우측으로 통행해주세요"라는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길을 지나던 인근 주민 김모씨(52)는 "진작에 이렇게 안전 유지에 힘썼으면 2년 전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방면으로 빠져나오면 2년여 전 159명의 목숨이 한 날에 스러진 골목을 만난다. 행인들은 길이 시야에 밟히자 가던 길을 멈추고 골목 안으로 들어와 푸른 벽을 보고 고개를 떨궜다. 그들은 가지런히 놓인 국화 앞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기리며 묵념했다.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은 '10·29 기억과 안전의 길'로 불린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나연씨(20·여)는 'OO아 사랑하는 아들 엄마 왔어. 많이 보고 싶구나'라고 적힌 꽃다발을 숨죽여 바라봤다. 박씨는 "참사 현장을 두 눈으로 보고 싶어서 보러 왔다. 또래의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했다"며 "세간이 떠들썩했던 사건이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인파가 몰려 당황스러운 느낌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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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한 여성이 2년여 전 해당 거리에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강다현 기자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다 추도 공간에 잠깐 들른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씨(21·여)는 "핼러윈 날을 만끽하려 이태원에 왔지만 마음 한편에 빚 같은 게 남아 있어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왔다"며 "추모의 시간을 가진 뒤엔 친구들과 함께 다시 놀러 갈 계획이다. 경찰들이 거리를 지켜줘서 안전하게 놀다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말처럼 이날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곳곳에서 순찰하는 경찰, 소방, 용산구청 안전요원 등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은 다중이 운집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골목을 돌며 우측통행을 유도했다.

서울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5일부터 내달 3일까지를 '핼러윈 특별기간'으로 정해 이태원에만 안전요원 4200명을 투입한다. 서울경찰청은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지난 25일부터 31일까지 경찰관 3012명을 홍대, 이태원 등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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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영국 TV프로그램 꼬꼬마 텔레토비에 나온 캐릭터 분장을 한 시민들이 핼러윈 문화를 즐기고 있다. /강다현 기자
시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질서를 지켜준 덕분에 안전하게 핼러윈 문화를 즐겼다는 분위기다.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주인공인 미니언즈 캐릭터 분장을 한 이용준씨(24)·김사라씨(33·여) 커플은 "방금 세계음식거리를 빠져나왔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뒤엉키는 순간에 구청 안전요원이 '통행해 주세요'라고 말하자 시민들이 이에 응했다"며 "공무원들이 핼러윈 밤을 지켜줘 오늘도, 앞으로도 안전하게 행사 문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영윤 기자
강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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