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케네디-닉슨 첫 토론 후 가장 주목
바이든 '참패' 토론 반면교사...'비주얼' 중요
78세 트럼프 '고령' 부각 가능성...토론, 고도의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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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하고, 해리스 부통령이 대신 '등판'하게 된 계기를 지난 6월 27일 첫 TV토론이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처음으로 TV로 생중계돼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1960년 민주당 존 F. 케네디 후보와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 간 토론 이후 가장 주목받는 TV 토론이라고 평가한다.
◇ 해리스-트럼프 10일 TV 토론, 미 대선 분수령...1960년 케네디-닉슨 첫 TV 토론 후 가장 주목
이번 토론은 ABC뉴스 주최로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 헌법센터에서 무청중 상태에서 90분 동안 진행된다.
AP통신은 "두 캠프 모두 이번 첫번째 대면 토론이 박빙의 대선에서 결정적인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여명의 캠프 관계자를 인터뷰, 두 후보의 토론 준비는 매우 다르지만, 토론을 보는 시각은 동일하다며 "두 캠프는 트럼프에 관해선 알고 있지만, 해리스에 관해선 여전히 궁금해하는 수백만명의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해리스를 정의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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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론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전국적인 지명도가 낮은 해리스 부통령이 특히 경합주 유권자들의 '평가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실제 NYT가 지난 3∼6일 시에나대와 함께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 16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무선 96%·유선 4%) 여론조사(오차범위 ±2.8%포인트)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에 관해 더 알아야 한다'고 말한 응답률이 28%로 트럼프 전 대통령(9%)의 3배를 넘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5일부터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시내의 유서 깊은 호텔에서 토론 규칙에 따라 2분 동안 선명한 답변을 연마하는 데 집중하는 등 고도로 짜인 토론 연습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AP·NYT는 전했다.
호텔 내에는 무대와 TV 조명, 그리고 명배우 조련사인 리 스트라스버그 방식으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오랜 보좌관 출신으로 민주당 컨설턴트인 필립 라인스가 비숫한 복장까지 갖추고 트럼프 전 대통령 대역 역할을 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의 토론 준비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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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좀 더 즉흥적으로 '토론 준비'가 아닌 그의 기록을 되새기기 위한 목적의 '정책 시간'을 몇 차례 가졌다. 해리스 부통령 대역은 없었지만, 2019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해 해리스 당시 후보와 토론을 벌인 적이 있는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과 준비 세션을 가졌고, 매트 개츠 하원의원(플로리다주)이 형사 기소 등 불편한 주제를 포함해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맡았다고 NYT는 전했다.
캠프는 대역·세트·연기 등 전통적인 의미의 준비는 하지 않았지만, 장시간 기자회견에서의 질의응답, 한시간 동안 진행된 팟캐스트 출연, 타운홀 미팅 등에서의 인터뷰가 준비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 바이든 '참패' 6·27 TV 토론 반면교사...'비주얼' 중요
이렇게 각자 다른 준비 과정을 마친 후 토론에 임하는 두 후보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참패'한 토론이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선거 보도에서 가장 정평이 있는 AP는 "6월 27일 토론이 해리스에게는 '교훈'을, 바이든의 실수로 가려졌지만 장황하고 두서없으며 가끔 논리가 맞지 않은 발언을 하는 트럼프에게는 '경고'를 준다"며 TV 토론에서 시각적인 것들(Optics)이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AP는 닉슨이 케네디와의 역사상 첫 TV토론에서 패배한 후 정치 전문가들은 토론을 시각적인 볼거리로 취급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당시 창백해 보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할 땐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의 전 대변인인 마이클 라로사는 "지금은 인스타그램·페이스북·틱톡 사회"라며 "비주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로사는 "해리스는 트럼프의 발언에 반응하는 이미지가 자신이 말할 차례가 됐을 때와같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지명도가 트럼프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그녀의 언급(프레젠테이션)은 면밀히 평가될 것이고, 이는 미국민들이 아직 그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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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론에서 '나이' 문제도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토론에서는 81세의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문제가 부각됐지만, 이번 토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78세)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다음달 60세가 된다.
AP는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힘 있어 보였지만, 과장되고 자주 부정직했으며 때때로 자신의 불만을 말할 때 횡설수설했는데, 이는 유세장에서 열성적인 지지자들은 즐겁게 할 수는 있지만, 일대일 토론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은 고도의 심리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해리스 부통령은 '등판' 직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기소와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부각하기 위해 "나는 도널드 트럼프 유형(type)을 안다"며 '검사 출신 해리스' 대 '중범죄자 트럼프' 선거 구도를 부각하려고 했는데, 이번 토론에서도 이를 재현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AP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더 깊이 심리적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다"며 "그녀가 지난달 22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행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등에서 자신이 트럼프보다 더 강력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이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보여주고 싶어 하는 트럼프의 욕구를 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NYT는 "트럼프의 가장 자기 파괴적인 본능을 끌어내는 것이 냉철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인상을 줘야 하는 해리스의 우선 과제"라며 클린턴 전 장관이 5일 인터뷰에서 "그녀는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그가 화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보좌관들은 그가 해리스 부통령을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성적과 연결시키고, 프래킹(fracking·셰일가스 수압 파쇄 시추 기술) 금지와 같은 문제에 대한 입장 번복을 지적, 너무 진보적이라고 묘사하면서 그녀를 수세로 내몰 계획이라고 내다봤다고 A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