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후 첫 러 피침공 사태, 푸틴 철권통치 위기 시작점 가능성
전 푸틴 비서관 "패배 분명해지면, 대중 푸틴 증오·경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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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에 망명한 푸틴 연설비서관 출신 러시아 정치 분석가 압바스 갈랴모프는 "패배하는 권위주의 정권을 위한 깃발 효과를 중심으로 한 결집은 불가능하다"며 "권위주의 정권이 승리하면 힘만 존중하는 대중으로부터 더 많은 인기를 얻게 되지만, 지기 시작하고,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패배가 분명해지면 정권은 고립되며 대중은 단지 정권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증오하고, 경멸하기 시작한다"고 경고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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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후 첫 러 피침공 사태, 푸틴 철권통치 위기 시작점되나
러군, 용병 바그너그룹 1000km 진격 때 취약성 노출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은 지난해 6월 23일 무장 반란을 선언, 그다음 날 오전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주(州)의 군 시설을 장악한 후 하루 만에 별다른 저항 없이 약 1000km를 진격, 모스크바 200km 이내까지 갔을 때 러시아군의 취약성이 나타난 바 있다.
이 '반란'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대원들에 대한 처벌 취소와 벨라루스행을 조건으로 24일 저녁 반란을 중단됐지만, 프리고진은 꼭 두달 후인 8월 23일 푸틴의 지시에 따른 요격으로 보이는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러시아 자유군단 지도자 중 한명으로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리야 포노마레프 전 러시아 연방의원은 푸틴의 정적들은 쿠르스크의 '해방' 지역에 배치돼 그곳에 망명 정부를 세우기를 원한다며 "이번 사건이 전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고 WSJ은 전했다.
포노마레프 전 의원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러시아에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해방 영토가 있다면 그곳에 대안 세력을 만들 수 있고, 정치 변화의 어젠다는 가설에서 현실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 같은 구상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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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쟁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 부대가 많은 드론과 중포(重砲) 사격의 지원을 받아 빠르게 진격해 러시아 서부 일부 영토를 점령했고, 파괴 공작(sabotage·사보타주) 부대는 러시아 내부를 더 깊숙이까지 진격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이 10일 플레코보 마을을 추가로 점령했다고 밝혔다.
◇ 러 반테러위, 우크라군 진격 국경지대 '대테러 작전' 구역 설정
러 의원 "러, 우크라군 빨리 몰아낼 수 없을 것"
이에 러시아 반테러위원회(NAC)는 9일 성명에서 쿠르스크·벨고로드·브랸스크주(州) 등 국경지대에 대해 대테러 작전체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NAC는 "우크라이나 정권이 우리나라 여러 지역의 상황을 불안정하게 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를 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테러 행동을 막기 위해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NAC 위원장 겸 연방보안국(FSB) 국장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전투는 러시아군이 아니라 NAC의 총괄 지휘하에 놓이게 돼 북부 코카서스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에 대한 법 집행과 동일한 법적 지위에 놓이게 됐다고 WSJ은 전했다.
이 지역을 다니는 개인과 자동차에 대한 검문·이동 제한·통신 제한 등 조치가 시행돼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되고 핵심 시설 보안이 강화되며 자동차가 압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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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 연방 영토를 침공하려는 우크라이나군의 시도를 계속 격퇴하고 있다"며 전날 하루에만 우크라이나군이 175명의 병력을 잃었으며 누적 병력 손실은 총 1120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민족주의 블로거들은 온라인에서 국방부를 조롱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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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쿠르스크주의 수드자에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가스관 관련 시설이 있으며, 쿠르차토프에는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전략 요충지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군의 이번 기습 공격이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 이후 진행될 휴전 회담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미국의 지원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취임하기 전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이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전장에서 가장 강력한 협상력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이번 공격과 관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저녁 "오늘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이 최전선 상황, 그리고 침략자의 영토(러시아)로 전쟁을 밀어내기 위한 우리의 행동에 대해서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정의를 회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침략자에게 필요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 "러시아가 우리 영토에 전쟁을 몰고 왔으니, 그들도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느껴봐야 한다"고 이번 기습 공격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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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뿐 아니라 푸틴의 '충견' 루카셴코에 대한 응징에도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루카셴코는 전날 오후 우크라이나에서 날아온 약 12개의 공중 표적(드론)이 러시아 국경과 맞닿은 동부 모길레프 영공을 침범함에 따라 이를 요격하기 위해 공군과 방공군에 높은 경계 태세를 발령했다고 말했다고 벨라루스 벨타통신이 전했다.
아울러 빅토르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루카셴코가 러시아 쿠르스크와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고려해 남부 고멜과 모지르 지역의 병력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고멜과 모지르는 벨라루스와 러시아·우크라이나 3국의 국경이 맞닿은 곳에서 가까운 지역들이다.
흐레닌 장관은 특수작전군·지상군·사일군 부대들이 지정된 지역으로 행진하라는 임무를 받았으며, 쿠르스크와 우크라이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