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커머스 생태계 판 키울 것"
13일 큐텐은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콘텍스트로직(ContextLogic)'이 운영하는 글로벌 서비스 '위시'를 1억7300만 달러(약 230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위시'는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설립된 쇼핑 플랫폼으로, 현재 전세계 200여개국 소비자들에게 33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현지 통화 변환과 결제, 상품 판매와 구매, 배송에 이르기까지 통합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해 광범위한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큐텐은 이번 위시의 인수로 이커머스에 특화된 풀필먼트 운영 역량을 가지고 있는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와의 시너지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위시가 평균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수)가 1000만 명에 이르고, 이미 전세계 200여개국에 진출해 현재 23개국에 진출해 있는 큐텐의 공급망을 단숨에 확장시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 기반한 큐텐을 유럽과 북미로까지 활로를 넓혀줬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에 기반을 둔 큐텐이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등을 인수하며 한국 시장까지 영토를 넓혔지만 결국 아시아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 인수로 세계무대로 확장된 셈이다.
'위시'란 단추가 끼워지면서 그동안 반신반의했던 인수 시너지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위시의 인수는 큐텐의 계열사인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와 거래하는 모든 국내 판매자들에게 전세계 통합 판로를 여는 동시에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차별화된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큐텐 관계자는 "이커머스 경쟁력은 곧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인데, 국내 판매자의 해외진출 기회가 열리면서 경쟁력 있는 판매자들이 모이게 된다면 결국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등에도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큐텐은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등을 인수하며 큐익스프레스를 중심으로 해외직구 강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실제로 티몬의 지난해 12월 한 달간 해외직구 거래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1% 증가했으며, 위메프도 1월 한달간의 해외직구 거래액이 직전월 대비 107%가 급증했다.
위메프는 올초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하고 큐텐 출신의 이승욱 본부장을 선임하며 해외직구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김포·인천에 이어 지난해 9월 경기도 이천에 신규 물류센터 QDPC(Qxpress Digital Partner Center)를 가동하며 글로벌 통합 풀필먼트 기반을 강화한 바 있다.
궁극적 목표는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이다. 큐텐 산하의 플랫폼을 늘리면서 큐익스프레스 인프라와 연계를 통한 글로벌 크로스보더(직구·역직구) 사업을 강화해 큐익스프레스의 기업 평가 가치를 높이고 상장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영배 대표는 "큐텐은 이번 인수로 글로벌 디지털커머스 플랫폼이라는 목표 달성에 한층 더 다가설 것"이라면서 "그룹의 궁극적 목표인 전세계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해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G마켓의 성공신화를 쓴 구영배 대표가 그동안 미국과 중국 등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국가 간 경계 없는 상거래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또다른 승부를 걸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큐텐의 위시 인수로 큐텐은 11번가 유력 인수 후보자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당분간 큐텐은 위시와 큐익스프레스와의 연계 사업 확장에 집중해 큐익스프레스 상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