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닌 사람 위한다는 마음으로 보람 느껴"
"'가기 쉬운 환경' 있어야"…日, 경제 지원 중
"IT기술 도입" 목소리도…韓, 화상상담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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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카야마현 니미(新見)시에서 14년 동안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는 오야마 도모야스 변호사는 아직 무변촌(無辯村·변호사가 없는 마을)을 선택하지 않은 젊은 변호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투데이는 지난 9월 4일 니미 현지를 찾아 오야마 변호사를 만났다. 니미는 일본에서 12년 만에 발생한 '변호사 원(ONE)' 지역이다. 일본은 2008년, 2011년 각각 변호사가 아무도 없는 제로(ZERO) 지역, 한명 있는 원 지역 해소에 성공했다. 다만 올해 4월 다시 원 지역이 두 곳 발생했는데, 그 중 하나가 니미다.
오랜 시간 신칸센(新幹線)과 기차를 타고 가니 정갈하고 마음 편안해지는 마을 니미에 다다를 수 있었다. 관광차 한 번쯤 올 수는 있었지만 상주하며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야마 변호사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 2009년 파견 온 뒤 지금까지도 변호사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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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소 충분히 유지 가능…경쟁 상대 없어"
그만큼 경제적인 수입도 나쁘지 않다. 오야마 변호사는 "아주 많이 벌지는 않지만, 사무소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정도"라며 "도시에선 경쟁력을 갖기 위해 수임료를 더 싸게 받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곳은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에 원래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기업 간 소송처럼 금액이 큰 사건을 맡지는 못하지만 교통사고, 채무 등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다양하게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오야마 변호사는 이렇게 혼자서 사건을 맡다 보니 책임감 속에 실력이 금방 늘고, 보람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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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쉬운 환경' 만들어야"
해당 제도는 2~3년 정도 무변촌에 갈 변호사를 선발해 임기 기간 동안 사무소 개소비, 수입 등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연봉 720만엔(약 6470만원)에 못 미치는 수입을 벌었을 경우 부족한 만큼 지원해주기도 한다. 임기가 끝나면 해당 지역에 남을 수도, 돌아올 수도 있다.
오야마 변호사는 "사람의 생각은 쉽게 바꿀 수 없지만, '가기 쉬운 환경'은 만들 수 있다. 일본은 그런 환경이다"라며 "경제적 지원과 동시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하게 일본 정부 소속 일본사법지원센터(대한법률구조공단 격)의 '법테라스'에선 '스텝 변호사' 제도를 운영 중이다. 무변촌으로 임기제로 파견 보내는 것이 동일하다. 스텝 변호사의 급료는 동일 연차의 판사, 검사와 같은 수준으로 지급된다. 파견지의 집세 등을 지원받기도 한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무변촌에 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마루시마 슌스케 일본사법지원센터 이사장은 "경제적 지원이 있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불편을 감수하고 갈 수 있는 것"이라며 "보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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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모이면 트러블…법률가가 권리 지켜야"
마루시마 이사장은 "흔히 '법원이 있어야 변호사가 있다'고 말하는데, 이와 상관없이 사람이 있는 곳이면 변호사가 있어야 한다"면서 "사람이 모이면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률가가 없으면 권리를 지킬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야자키현에서 스텝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엔도 신고 변호사도 "일본도 해바라기 기금이나, 법테라스가 나서기 전까지는 변호사와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법률상담을 주로 지원했었다"며 "그러나 상담을 하다 보면 꼭 얼굴을 마주 봐야만 해결되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도쿄 시부야 사무실에서 만난 이시다 아이 변호사는 법테라스의 스텝 변호사로 교토부 후쿠치야마시에서 3년간 일했을 당시에 대해 "당시 후쿠치야마에 여자 변호사가 한명도 없었다"면서 "여자 변호사인 자신이 파견을 가니, 여성들이 남자 변호사에겐 털어놓지 못한 고민들을 찾아와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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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 적극 도입…한국과 정보교환 바라"
이어 "물론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으면 안 된다. 고령자 등 온라인 기술을 쓰기 쉽지 않은 사람도 널리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이 IT기술이 발전돼있는 만큼, 앞으로 무변촌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 교환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은 법률 상담과 법적 절차에 화상 프로그램을 도입·실시해오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화상 법률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2020년 말부터 시범 시행, 2021년부터 본격 도입했다. 년도 별로는 △2020년 264건 △2021년 1만3765건 △2022년 1만162건 운영됐다.
법원에선 영상재판을 활용 중이다. 2021년 11월부터 확대 시행됐으며 올해 6월까지 1만4527건의 영상재판이 이뤄졌다. 올해 상반기만 8276건으로 전년 동기(2150건) 대비 3.8배 늘었다. 현재 도서지역인 백령도와 울릉도 면사무소에 영상재판 중계시설이 설치됐고, 조만간 흑산도에도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