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측근, '더 이상 혼란 안돼'"
시 주석 "역대 3대 체제 문제, 내 탓 아냐"
"G20 불참, 중국 외교 '이상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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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의는 중국의 전·현직 지도자들이 매년 여름 휴가철에 허베이(河北)성의 유명한 휴양지인 베이다이허에서 주요 현안을 비공개로 논의하는 자리다.
◇ 닛케이 "베이다이허 회의, 원로 그룹 엄중 간언에 시진핑 '분노'...내정 혼란 조짐"
닛케이는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 분위기는 시 주석의 취임 10년인 지난해까지와는 완전히 달랐다며 원로 그룹의 엄중한 간언을 듣고 시 주석이 측근에게 측근을 꾸짖고 격려하는 '분노'를 표했다며 이는 내정 혼란의 조짐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는 시 주석에게 바람직한 환경일 것으로 예측됐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지난해 11월 96세의 일기로 사망하고,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지난해 10월 공산당대회 폐회식에서 강제로 끌려 나간 후 행적이 묘연해 공산당 총서기를 경험한 초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원로 정치인이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로 그룹은 '정치·경제·사회 혼란이 장기화해 아무런 해결책을 실행하지 않으면 일반 민중의 마음이 공산당에서 멀어서 당의 통치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해 베이징 교외로 보이는 장소에서 사전 모임을 갖고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지도부에 전달할 의견을 모았다.
원로 그룹은 그 '총의'를 전달할 수 있는, 공산당 통치를 뒷받침하는 각 핵심 부문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대표자 수명만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해 시 주석 등 현 지도부와 대면하는 단 하루의 회의를 '디데이'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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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전 주석의 측근이었던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84)은 시 주석 면전에서 과거와는 다른 강한 어조로 "더는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원로들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전반을 포함한 중국의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원로 그룹의 예상치 못한 엄중한 간언에 허를 찔렸고, 이에 측근들을 다른 장소에 소집한 뒤 "과거 3대가 남긴 문제가 모두 (나에게) 덮쳐왔다"며 "(그 처리를 위해 취임 후) 10년이나 노력해왔지만, 문제가 정리되지 않는다. 이게 내 탓인가"라고 격분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시 주석이 원로 그룹이 비판한 '혼란'은 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후진타오 체제를 거쳐오는 동안 축적된 부정적 유산의 탓이고 청구서로 자신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고, 지난 체제에서 발탁된 원로들에 대한 반론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닛케이는 시 주석 발언의 행간을 보면 '지금도 남아있는 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이 자신이 등용한 측근들의 제1 임무이자 책임'이라는 마음의 외침이 들려오는 듯하다며 시 주석의 질책과 격려에는 강한 분노가 담겨있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의 불쾌한 모습을 목격한 측근들을 떨었고, 그중에서도 중국 경제의 사령탑이자 실무 담당자인 리창(李强) 총리가 책임을 통감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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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는 '혼란'과 관련, "중국 경제는 '개혁·개방' 정책 본격화 이후 본 적이 없는 미증유의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의 어려움 등 부동산 불황은 상징적이고, 청년층 실업률은 올여름부터 발표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지난 7월 핵과 미사일을 운용하는 로켓군 사령관이 교체되고, 전랑(戰狼)외교를 주도해온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불분명한 이유로 해임하는 등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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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는 시 주석이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공산당 서열 2위인 리창 총리를 보내기로 한 것은 시 주석이 지금까지 한번도 불참한 것이 없을 정도로 중시해온 것 등을 감안하면 중국 외교의 '이상 사태'라며 현 상황에서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인도가 주최하는 G20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하면 체면을 잃을 수 있다고 측근 집단들이 판단했다고 전했다.
G20 주요 의제인 세계 경제 향방을 둘러싼 논의에서 중국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구조가 음양으로 다뤄질 수 있는 위태로운 국면에서 '권위 있는 정상(톱)을 지금 보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보고, 경제 실무 책임자인 리창 총리가 대신 참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시 주석이 비즈니스 포럼 연설을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이 대독하게 한 배경에도 돌발 질문이 나올 경우 체면이 깎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닛케이는 봤다.
◇ "시진핑,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참석도 불투명"
시 주석의 G20 정상회의 불참의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는 중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대미 관계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핵심적인 경제 문제에서 양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웃으며 회담하는 것도 부담이 됐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이러한 흐름에서는 11월 중순(15~17일) 미국(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