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문서 자택에 보관, 방문객에 공개, 허위진술
바이든, 잠재적 경쟁자 기소, 정치적 부담
|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이 같은 내용의 기소장을 공개하고, "이 나라에는 하나의 법이 있으며 이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 트럼프 전 대통령, 핵 프로그램 등 은익 혐의 등 37건
49쪽짜리 기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월트 나우타 보좌관에게 모두 38건의 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국방 관련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혐의가 31건이며 나머지 7건은 수사 대상 문건 은닉과 허위 진술 등 사법 방해 관련이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국방·무기 역량, 미국의 핵무기 프로그램, 군사 공격을 받을 때 미국과 동맹들의 잠재적 취약점, 외국 정부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보복 계획 등 국방 문서 31건 중 각 1건에 대해 1건씩 기소됐다.
5건은 기밀문서 보유를 은익한 것으로 이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나우타 보좌관에게 부과된 사법 방해 음모, 문서 및 기록 은익 혐의가 포함됐다. 2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나우타 보좌관이 연방수사국(FBI)에 허위 진술한 혐의다.
|
기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수백 건의 기밀 문건을 담은 상자를 백악관에 보관했으며 2021년 1월 20일 임기를 마친 뒤 허가 없이 이 문서를 옷·선물·사진, 그리고 다른 자료와 함께 상자에 포장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가져갔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 문건이 담긴 상자를 무도회장·화장실·샤워실·사무실·침실·창고 등 여러 곳에 보관했으며 이후 기밀 취급 인가가 없는 사람들에게 기밀 내용을 말해주거나 보여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7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 소요의 골프 클럽에서 방문객들에게 이란에 대한 매우 민감한 '공격 계획'을 공유하면서 이 자료 기밀이 해제되지 않았다며 '극비' '비밀'이라고 말했는데 이 내용이 테이프에 녹음됐다.
아울러 2021년 9월에는 일급 기밀 군사 지도를 보안 허가를 받지 않은 정치활동위원회 직원과 공유한 혐의도 받고 있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3일 오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지방법원에 출두하고, 에일린 M. 캐논 판사가 첫 심리를 주재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다만 캐논 판사가 수사 초기 단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잇달아 내려 상급 법원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만큼 그가 사건 전체를 계속 맡을지는 불투명하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로 출두할지도 미지수다.
이번 연방 검찰에 의한 형사 기소는 미국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사례이며 마이애미 대배심이 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것은 2016년 대선 직전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입막음 돈을 주고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다.
◇ 바이든 대통령, 2020년 이어 2024년 대선 경쟁자 트럼프 기소, 정치적 부담 가능성
NYT는 이번 기소와 관련, 전 최고 통수권자일 뿐 아니라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선두 주자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잠재적 경쟁자를 여러 건의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내리려고 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특별한 입장에 처해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 기소가 '역사상 가장 큰 마녀사냥'이라고 맹비난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말을 아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수사 최종 책임자인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과 이번 사안으로 대화를 나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와 전혀 얘길 나누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난 그것에 대해 언급할 게 없다"고 답했다.
2020년 대선에 이어 2024년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큰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에 관한 언급이 정치적인 역풍을 초래하는 걸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기밀 문건을 반출한 적이 있지만 문건 발견 즉시 사법 당국에 신고하고 수사에 협조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고 숨겨왔으며 정부의 회수 노력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고 미국 언론들은 설명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지사는 트위터에 "연방 법 집행기관의 무기화는 자유 사회에 대한 치명적인 위협"이라고 적었고, 공화당 유일의 흑인 연방 상원의원으로 경선에 출마한 팀 스콧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최근 몇 년간 우리가 본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법무부의 무기화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번 기소가 '부당하다(unconscionable)'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이 중대한 불의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