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천 당한 검찰 간부 줄사퇴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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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대상자들의 사퇴가 이어지며 새 정부의 검찰 ‘인적쇄신’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이날 윤갑근 대구고검장(53·사법연수원 19기)과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52·20기)·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51·20기)·전현준 대구지검장 등 4명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하는 인사를 12일자로 단행했다.
또 유상범 창원지검장(51·21기)을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양부남 광주고검 차장검사(56·22기)를 대검 형사부장으로,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52·21기)를 대구지검장으로 각각 전보 발령했다.
이들 고검장·검사장급 검사들의 인사에 따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있던 김진숙(53·22기)·박윤해(51·22기) 부장검사가 서울고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51·25기)도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이번 인사는 무엇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윗선의 입맛에 맞는 수사로 소위 ‘잘 나간다’는 평가를 받던 고위간부들에 대한 청산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검찰 내 소위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이 줄줄이 좌천됐다.
검찰 내 핵심보직을 거쳐 온 검사들을 사실상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나 고검으로 발령 낸 것은 사실상 ‘검찰을 떠나달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인사발표 직후 윤 고검장과 정 공안부장, 김 지검장, 전 지검장은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과거 중요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의 문제가 제기됐던 검사들을 일선 검사장, 대검 부서장 등 수사 지휘 보직에서 연구 보직 또는 비지휘 보직으로 전보하는 인사”라고 인사배경을 분명하게 밝혔다.
윤 고검장의 경우 지난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를 위한 검찰 특별수사팀을 이끌었지만 ‘황제소환’ 논란을 일으키며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 공안부장은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당시 법무부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활약했고, 김 지검장은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민정2비서관으로 근무하며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인멸을 도운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전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2009년 ‘광우병 논란’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했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며 ‘정치 검사’란 오명을 감수해야 했다.
역시 좌천성 인사를 당한 유 지검장과 정 기획관은 2014년 불거진 ‘정윤회 문건’ 수사 당시 각각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형사1부장으로 수사책임자와 실무를 맡았다.
연수원 기수가 2기수나 아래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23기)이 직속상관에 임명되며 거취를 고민해야 했던 노 차장검사는 대구지검장으로 전보 발령되며 좌천성 인사를 피했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근무하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그는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수사 초기 소극적 대응과 최근 불거진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전날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 결과가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이날 인사는 ‘인적 청산’을 ‘검찰개혁’의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예상보다 다소 늦어지고 있는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인선이 끝난 뒤 이어질 검찰 인사는 어느 때보다 폭이 크고 파격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