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검찰 고위간부의 돈봉투 만찬 논란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35억원이 집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수활동비의 예산 및 집행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명목상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수사 활동, 외교·안보 활동 등 분야에 사용되는 경비를 말한다. 하지만 영수증 증빙이 면제되는 등 불투명한 집행 때문에 ‘깜깜이 예산’ ‘눈먼 돈’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시민단체는 최근 지난 10년간의 법무부 특수활동비 내역과 근거, 사용처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하기도 했다.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 고위 간부들의 돈봉투 만찬 사건의 경우처럼 특수활동비는 격려금 등으로 쓰였다. 또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에도 청와대에서 하루에 5000만원씩 특수활동비가 사용됐지만, 그 용처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를 놓고 국민의 세금인 특수활동비가 통제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특수활동비 예산 편성 및 집행 실태를 전반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특수활동비 개편이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통령과 여야가 모두 특수활동비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법무부·검찰의 내년도 특수활동비 예산 편성 및 집행 실태가 얼마나 바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법무부의 특수활동비는 모두 280억7800만원이었다. 이 중 수사일반 명목으로 113억1300만원, 국민생활침해사범단속 명목으로 35억6500만원, 검찰수사지원 명목으로 10억9000만원, 공안수사 명목으로 7억8800만원, 첨단범죄 및 디지털수사 명목으로 2억7000만원 등이 책정됐다.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는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라고 정의돼 있음에도 다른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업무 지장’을 이유로 특수활동비의 정확한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2012년 248억원에서 매년 조금씩 규모가 늘어나 지난해에는 285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특수활동비가 기밀을 필요로 하는 수사 활동에 불가피한 만큼 여론에 따라 대폭 축소하거나 제약을 가할 경우 정보·수사 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