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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참패와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전’, 제3당 국민의당 ‘돌풍’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각 당의 선거 참모들과 정치전문가들은 “유권자인 국민이 이렇게까지 무서운 줄은 미처 몰랐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더민주당, 국민의당의 이번 총선 후보들에 대한 ‘막장’ 공천 과정을 지켜 보면서 결코 새누리당의 ‘패배’도 더민주당·국민의당의 ‘승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국회의원 후보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적 공분과 정치 혐오증은 각 당 마다 정도만 다를 뿐이지 여나 야나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선거와 투표라는 것이 ‘심판’이라는 심리 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이 두 야당에 비해 더 아픈 회초리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제1야당 더민주당이 여당 새누리당 보다 19대 국회 의정활동을 훨씬 잘해서 국민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준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오만’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제3당인 국민의당도 지금 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여야의 거대 양당에 실망한 국민들이 앞으로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해 준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감정이입의 생명체’라는 말을 정작 정치인들과 정치권은 모르는 것 같다. 거대한 민심의 밑바닥에 도도히 흐르는 시대정신과 국민적 아픔을 챙기지 않았을 때는 얼마나 매서운 심판이 가해지는지 이번 20대 총선이 명확히 보여줬다.
4년 동안 줄곧 ‘국민 갑질’만 하던 정치인들과 정치권이 각종 선거 때만 바짝 엎드리고 읍소만 하면 국민들이 표를 줄 것이라는 ‘착각’은 이번 20대 총선이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 ‘녹색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14일 “이번 선거는 정치인들의 승리가 아니라 위대한 국민들의 승리입니다. 정치인들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명령입니다. 더 겸손하게 국민 속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약속했다. 안 대표의 약속이 지켜지는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국민들은 두 눈 부릅 뜨고 오늘부터 지켜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