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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 지난 13일 대국민담화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비해 우리 국익과 안보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결정하겠다고 공개적인 ‘중국 압박용’으로 언급했을 당시와는 한국와 미국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흘러 가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 전개나 배치, 한국의 도입은 정작 미국이나 한국이 아닌 이젠 중국과 북한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한반도 사드 배치의 핵심 변수는 결국 중국이 북핵 대북제재에 어느 정도 강도와 수준에서 동참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북한이 지난 6일 4차 핵실험에 이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느냐에 따라 사드의 한반도 배치 시기와 속도, 여부가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를 한반도로 갖고 오는 것은 오바마 미국 정부이지만 가져 올 수 있도록 도입을 허락해 주는 것은 결국 박근혜정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사드 도입의 핵심 키를 한미가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중국의 북핵제재 강도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추가 도발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사드를 한반도로 전개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사드 장비 자체가 전 세계 어디든지 즉각 실전 배치할 수 있도록 ‘운반형’, ‘배치형’, ‘조립형’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한반도 전개가 결정되면 몇 달 안에 배치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록히드마틴사가 사드 주문에 따라 제작과 생산을 하고 있어 그 우선 순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그 시기가 약간 유동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은 사드를 포대 단위로 전 세계 순환 배치와 함께 본토에서 예비 전개를 위해 계속 준비하고 훈련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어 선택과 집중에 따라 한반도에 사드를 전개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한 달 안에도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반도의 사드 배치 문제는 시간의 문제이지 언제든지 얼마든지 배치할 수 있는 군사적·실무적·기술적 검토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한다. 만일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추가 도발을 조만간 강행한다면 사드 배치 시기는 사실상 상반기 안에 최대한 빨리 결정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더해 중국이 북핵제재에 대해 지금처럼 미온적 수준으로 계속 나온다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추가 도발에 더해 사드 전개는 순식간에 결정나고 사드 배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언론이 보도한 사드 배치와 관한 ‘협상’ 여부를 한미 당국이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협상’ 여부를 발표하는 것이지 ‘사드 배치 확정’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과 북한의 태도 여부에 따라 언제든지 사드 배치 시기와 여부를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추가 도발까지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면 한미 당국이 더 이상 사드 배치를 늦출 명분과 현실적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사실 미국은 사드 자체가 ‘방어용’ 전력이라는데 방점을 찍고 있으며, ‘왜 중국이 방어용 전력에 극도로 반발하는지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레이더 출력 때문에 반발한다면 사드의 레이더 탐지 반경도 중국까지 미치지 않는 종말단계 요격용(TBR) 레이더 모드로 운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이 목적이기 때문에 탐지거리 600여㎞의 TBR 모드로 고정해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남한지역에 배치된 사드의 용도가 중국의 ICBM을 겨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1200㎞의 장거리 전방전개 요격용 레이더(FBR) 모드로 고정해 놓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고위 장성은 29일 “사드 전개는 현재의 안보를 위한 한미동맹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의 경제를 위해 한중관계를 선택할 것인지를 한국이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 고위 장성은 “결국은 우리 국민의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를 결정하면서도 ‘안보와 경제’,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난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