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 사건 등 최근 북한의 도발 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도 지속해 나가는 한편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다시 한번 분명히했다.
북한 지뢰도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실상 첫 입장 표명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갈수록 군사적 긴장과 도발 위협을 가시화하고 있지만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대화 재개 노력의 끈도 결코 놓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또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최근 이란 핵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활용해 북핵 문제도 진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고 핵능력 고도화에 집착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에 해먼드 장관은 “최근 북한의 행동으로 한국군 장병 2명이 부상당한데 대해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 “이는 정전협정 위반이며 북한의 행동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해먼드 장관은 “국제 사회가 제재와 압박 측면에서 확고한 공조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이란 핵문제 타결의 교훈은 북한 핵문제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오는 15일 광복 7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담화를 전후한 한·일 관계 전망을 해먼드 장관이 묻자 “아베 정부가 지난 50년 간 한·일 관계 발전을 가능케 한 기반이 돼 온 무라야마와 고노 담화 등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확실히 계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면 이는 미래지향적인 두 나라 관계 발전을 위한 튼튼한 바탕이 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일본의 올바른 역사 인식을 촉구했다.
국방부가 10일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을 공식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정부의 공식 대응을 국방부와 군 당국으로 일원화하고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날 북한의 명백한 도발로 규정하고 사죄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사실상 정부의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동안 올해 광복 70주년과 분단 70년을 계기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풀어 보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화와 협력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북한이 올해들어 대북전단 조준 사격과 함께 DMZ 활동 강화, 잦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인근 해상 사격, 이번 DMZ 지뢰 도발과 표준시 변경까지 김정은 집권 이후 오히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그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표명하면서 다소 강경 모드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해 “이번 사건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불법으로 침범해 목함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한 명백한 도발”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민 대변인은 “북한의 도발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 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북한이 이번 도발에 대해 사죄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청와대의 입장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지뢰도발과 관련해 지난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까지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민 대변인이 전했다. 이병기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 지뢰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방침과 함께 추가 도발 대비책도 종합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변인은 “북한의 DMZ 지뢰도발 사건의 엄중함을 고려해 8일 NSC 상임위를 개최했다”면서 “이 회의에서 국방부로부터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했다”고 밝혔다. 다만 민 대변인은 ‘지뢰도발이 북한 소행이라는 보고가 국방부가 아닌 국가정보원을 통해 이뤄졌다는 얘기가 나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다음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기념행사에 미국이 박 대통령 대신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 참석을 권유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민 대변인은 또 이달 아베 총리의 방북과 함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의 북·일 정상회담 관련 보도에 대해 “(전혀 파악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