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저의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언급한 대목은 박 대통령의 사퇴 압박이 헌법 가치에 어긋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에 대해서도 특별한 반응이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이미 새누리당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당분간 ‘정쟁’과는 거리를 두고 새누리당이 앞으로 당·청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일단 지켜보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여당 원내사령탑까지 직접 거명하면서 ‘더 이상의 국정·민생 발목잡기는 안 된다’며 강도 높게 비판을 한 지 13일 만에 유 원내대표가 물러났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 내 친박계(친박근혜) 압박에 의해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물러났다.
외형상으로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친박계의 구심점이 강해지고 당·청 간의 걸림돌로 여겼던 유 원내대표가 물러났기 때문에 당·청 관계가 회복되고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집권 3년 차이자 임기 반환점에 들어선 박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노동·금융·공공·교육 핵심 국정 4대 개혁과 경제살리기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간다’는 조급증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떤 식으로든 국정 동력과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뒷받침이 없이는 국정 개혁 과제에 대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하루 빨리 당청 관계를 회복하고 긴밀한 협력체제를 확고히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당·청 관계나 새누리당 내 역학관계를 들여다 보면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곧 관계 회복이나 긍정적인 기대를 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승민 사퇴 논란은 단순히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당·청 간의 갈등이기 보다는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부의 힘겨루기 양상을 띠고 있다.
집권 3년 차이자 임기 반환점에 접어든 박 대통령으로서는 속도감 있는 국정 개혁과 산적한 현안을 추진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선거가 없는 내년 총선 이전까지가 사실상 경제살리기와 민생챙기기, 핵심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골든 타임’ 일 수 밖에 없다.
내년 총선 이전에 당·청 관계를 보다 긴밀하면서도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해 놓아야만 국정 동력과 장악력이 생기고 총선 이후 국정 운영에도 다소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청와대는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칫 당·청 관계가 엇박자가 나거나 삐끗하게 되는 경우에는 사실상 집권 후반기 걷잡을 수 없는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결국 당·청 관계의 중재자 역할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할 수 밖에 없고 ‘유승민 사퇴’ 이후 내년 총선 정국까지 ‘김무성 리더십’에 대한 본격적인 시험대가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치명타를 입은 김 대표가 현재의 난국을 어떻게 돌파하고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잘 이끌어 나가느냐에 따라 새누리당이나 박근혜정부의 성공도 함께 달려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당·청 관계 회복을 위한 해법과 관련해 양승함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박 대통령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불러서 함께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원만하게 해결을 하면 상처는 났지만 봉합할 수 있다. 이게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이용호 원광대 초빙교수도 “대통령이 소통을 해야한다. 당 지도부를 만나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행정학과)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적극 나서 방법이 뭔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