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3일 오전 10시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하기로 2일 전격 합의함에 따라 청와대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경호실 3개 조직의 기관장이 직접 출석해 여야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해야 한다. 청와대는 이날 국회 운영위 출석 여부와 관련해 “국회가 여야 합의로 일정을 잡았으니 당연히 참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운영위원장을 여당의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맡기로 돼 있어 박 대통령이 사실상 강력한 불신임을 표명한 유승민 원내대표가 위원장으로 사회를 보게 돼 있어 어떤 식으로든 이병기 비서실장이나 청와대 측 관계자들과 다시 한번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대리전’을 치룰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야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에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왜 거부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청와대는 명확한 위헌 소지 여부에 대해 사실상 다시 한번 대국민 설명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에는 박 대통령을 대신해 이 실장이나 청와대 관계자가 나서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소지와 거부권 행사에 대한 당위성을 세세히 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당·청 간의 직접적인 갈등의 이해 당사자들인 유 원내대표나 여당 지도부, 여당 의원들은 질문 공세를 자제하는 대신에 야당 의원들이 파상 공세의 ‘대리전’을 할 공산이 확실하다. 일단 국회에서 열리는 상임위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거센 반발을 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지만 위헌 소지 부분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새롭거나 추가적인 어떤 대국민 메시지를 더 내놓을 지도 적지 않은 관심거리다.
다만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 새누리당 지도부나 유승민 원내대표, 당 내 기류는 당·청 갈등에 대한 국민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 여당이나 유 원내대표 모두 향후 정치적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당·청 간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3일 국회 운영위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는 이날도 정의화 국회의장이 주최하는 믹타(MIKTA) 회의에 참석하는 국회의장단 청와대 오찬과 접견을 둘러싸고 정 의장이 빠진 것과 관련해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또 야당이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언급한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체위원회의를 열어 이날 논의하겠다고 밝혀 3일 운영위에서도 새로운 정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회법 거부권 정국과 관련해 지금처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국민 정치를 하면서 새누리당의 수습을 기다릴지, 아니면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다시 한번 강하게 피력하면서, 새누리당과 유 원내대표, 국회 정치권을 압박할 지 사실상 ‘거부권 정국’의 중대한 분수령이자 제2 라운드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