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이날 저녁 광주 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광주 여름 유니버시아드 개막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에게 다가가 짧게 악수 인사를 하면서 만남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행정부 수장인 박 대통령과 입법부 수장인 정 의장이 언제 적절한 시기와 장소에서 따로 만나 최근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입법부와 행정부, 대통령·청와대와 새누리당 간 당·청, 대통령과 여야 국회 정치권 등 갈등을 자연스럽게 해결하기 위한 계기를 굳이 마련한다면 오는 17일 제헌절 67돌 기념식을 계기로 만남을 주선해 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를 잠깐 만난 것으로 알려져 어떤 식으로든 당·청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만간 적절한 계기와 만남을 가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오는 6일 국회에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재의를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 처리되면 청와대나 여당 모두 유 원내대표 거취 표명에 따라 적절한 만남을 가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 시기가 바로 입법부 수장인 정 의장도 함께 참석하는 모양새를 갖춘다면 17일 제헌절을 계기로 만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수도 있어 보인다.
17일 제헌절이 아니면 3부나 4부 요인이 함께 공식적으로 참석하는 다음달 15일 광복절 70주년 기념식이 있다. 다음달 광복절은 당·청 간의 갈등이 좀더 수습되고 어느 정도 냉각기를 가진 후 새누리당의 새로운 원내사령탑 체제가 갖춰 진 다음에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당·청 갈등이 너무 장기화돼 여론의 부담이 적지 않고 새누리당의 원내사령탑이 청와대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지도부가 들어선다는 보장이 있을 때나 가능한 시나리오여서 이 또한 불투명해 보인다.
여하튼 박 대통령과 청와대, 정 의장과 여당 지도부가 언제 어떤 계기로 만나 지금의 갈등을 조기 수습할 수 있을지 하반기 최대 정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3일 밝은 표정으로 “빛의 도시 대한민국 광주에서 세계의 젊음이 함께하는 28회 광주 여름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회를 선언합니다”라며 공식 개막을 알렸다. 유니버시아드 개최국 최고 인사가 개회 선언을 하도록 한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헌장에 따라 개회를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윤장현 광주시장, 김황식 대회 공동조직위원장,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경기장에 함께 입장하면서 FISU 관계자와 악수했다. 뒤편에 앉은 주요 인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하지만 개회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 대통령이 입장할 때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여서 박 대통령과는 인사를 나누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나란히 앉은 양당 대표는 최근 정국 상황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호남권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국제 행사로 지역 발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범정부 차원의 적극 지원과 협조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챙겼다.
지난달 29일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우리나라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잘 대응하고 있어서 안전하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검역과 예방, 비상시 대응 등 단계별 대책을 다시 한 번 철저히 점검해 달라”고 성공적 대회 개최를 당부했다.
이번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149개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 1만3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에 한국은 516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25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 일본을 제치고 종합 순위 3위 자리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