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17기 출범회의에 참석해 대회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외형상으로는 민주평통 출범회의 대회사 형식을 빌렸지만 내용상으로는 사실상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대화 제의로 보인다. 김정은 집권 이후 갈수록 북한 정권의 불가측성과 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꽉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어 보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먼저 남북 대화와 관련해 “북한도 이제 용기 있게 대화의 장으로 나와서 남북한 모두를 위한 최선의 길을 함께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남북한의 모든 현안을 대화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하지만 북한은 전제 조건만 제시하며 호응해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 한반도는 북한의 거듭되는 위협으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화를 위한 노력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면 경제와 평화, 체제 안정과 경제발전을 얻을 수 있으며, 우리 정부는 경제 협력부터 모든 대북 지원에 적극 나설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오늘날 한반도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의 핵개발”이라면서 “북한 핵은 우리 민족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동시에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국제 사회의 제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고 결국 북한 체제의 불안정만 증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린다면 경제와 평화, 체제안정과 경제발전 모두를 얻을 수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 포기 과정에서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경제협력 사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은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민생 인프라부터 경제발전을 위한 기반시설 구축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경험을 살려 북한의 경제특구 구상을 도울 수도 있다”고 다소 구체적인 제안까지 언급했다. ‘선(先) 핵개발 포기, 후(後) 경제적 지원, 대화 용의’ 대북정책 기조에서 북한을 일단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남북관계를 개선해 보겠다는 다소 유연한 정책 전환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개혁개방으로 본격적인 발전을 시작한 미얀마의 사례에서 보듯 국제 금융기구의 지원을 통한 경제발전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기존 스탠스보다 좀더 나아간 언급을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핵이 체제를 지킬 것이라는 미망을 하루 속히 버리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하는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면서 “분단 70년을 맞아 이질화가 심화돼 가고 있는 우리도 더 늦기 전에 (통일 독일처럼) 민족의 동질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앞으로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류와 협력 확대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면서 “곧 있을 경원선 복원사업 착공을 계기로 남북 주민들의 자유로운 왕래를 위한 노력을 더욱 확대하고 역사 발굴 사업과 스포츠 교류 등도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민주평통 17기 출범회의에는 새로 위촉된 자문위원 1만9947명 중 1만20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달 30일 민주평통 송파구협의회가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으로 마련한 북한 이탈 주민 합동결혼식 신랑·신부 80쌍도 초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