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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28사단 윤 모 일병에 대한 집단 구타 사망으로 국민적 공분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윤 일병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5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책임론이 당시 사건이 일어났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문책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윤 일병 사건을 처음으로 사회적 고발과 이슈화로 병영 악성 사고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주고 있는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을 6일 오후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한 진단과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병영의 악성사고가 왜 자꾸 반복된다고 보나?
“외부 감시가 없고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군이 수사하고 군이 기소하고 군이 재판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이 모든 것을 일선 사단장이 지휘한다. 그러면 수사도 사단장 비위에 맞게끔, 기소도 사단장 비위에 맞게끔 한다. 심지어 재판장도 누가 꽂는가. 사단장이 임명한다. 물론 군 판사 2명이 들어가기도 한다. 지금의 이런 구조 속에서는 거의 사단장은 제왕적 권력을 갖는다. 이 사건이 커지면 누구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겠는가. 사단장이 불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윤 일병 사망 사건 수사도 그러한 문제가 있었나?
“상해치사로 짜맞춰진 수사다. 이미 각본을 짜고 거기에 맞게끔 모든 것을 진술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부분을 깨려면 궁극적으로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한다. 전시에만 운영하거나 군사범죄에 대해서만 해야 한다. 폐지하지 않을 경우 조금 후퇴한 법안으로 하자면 군사법원을 두되 순정 군사범죄만 재판해야 한다. 검찰도 순정 군사범죄만 기소해야 한다. 헌병대도 순정 군사범죄만 수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밀을 판다든가 전차 등 기물을 파손한다든가 이런 것을 제외한 성추행·성폭행·구타·가혹행위·언어폭력 등은 민간에서 해야 한다. 민간 경찰이 들어와서 조사하고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판사가 발부하고, 재판은 각 지법에 군사재판부를 두면 된다.”
-군이 윤 일병 사건을 의도적으로 은폐·축소하고 있다고 보나?
“그렇게 보고 있다. 초기 언론에 단신처럼 나왔다. 이 사건이 지난 4월에 터졌다. 그때 군이 축소해서 발표했다. 기자들이 몰려가려고 했을때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기자들이 몰려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육군 28사단장이 사단 전체 간부 휴대전화(핸드폰)를 수거하라고 명령했다.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오버’(과도)를 넘어 은폐다. 파장이 크니까 언론보도 자체를 축소한 것 아니냐. 파장이 크다 하더라도 그대로 알렸어야 한다. 그랬으면 군이 뭇매를 맞았겠는가.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거기에 대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면 되는 것인데 그렇지 않았다. 상당부분 축소·은폐가 있었을 것이고, 사단장의 입맛에 맞게끔 또는 윗선의 입맛에 맛게끔 상해치사로 짜맞춰졌을 가능성이 높다. 여죄에 대한 수사나 기타 여러가지 가혹행위의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수사가 수박겉핥기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성추행이 있었다. 안티푸라민을 보는 앞에서 성기에 바르라고 했다. 그럼 다른 성추행이 없었을까. 여죄 추궁을 해야 한다. 자는데 건드리지는 않았는지 이런 부분들, 여죄 추궁을 해야 한다.”
-윤 일병 사건을 재수사 해야 하나?
“재수사하게 되면 국방부 조사본부가 하게 돼 있다. 국방부 검찰단이 하게 돼 있다. 다 자기 식구들인데 수사가 제대로 되겠는가.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특검으로 가야한다. 국회가 특검법을 통과시키면 특검이 거기 가서 조사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을 사퇴시킨 것은 윤 일병 사건의 또다른 꼬리자리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사건이 육군 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에게 그대로 보고됐다면 (그 당시 장관이었던)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사임해야 한다. (권 총장 사의는) 멀쩡한 꼬리를 잘랐다고 생각한다. 권 총장에게 책임이 있다 없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책임은 김 실장이 져야 하는 것이고 권 총장은 본인이 직접 설거지를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더 조사해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총장이) 그만둬야지만 그 당시 장관을 가만히 두고 총장만 내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관진 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는데?
“맞다. 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뭇매를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한 장관은 재발방지책에서의 문제가 생기거나 재발방지책이 사후약방문일 때 비난해야 할 대상이다. 또 주변에서 군인권센터 브리핑보고 알았냐는 국회 지적이 있었는데 이것도 사실은 한 장관 측근들이 눈과 귀를 가리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군피아’(군대+마피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차제에 장관이 군피아를 척결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김 실장이 물러나야 한 장관의 업무 수행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한 장관이 내용 전체를 모른다. 나중에 다 안 것 아니냐. 최초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 군인권센터 브리핑 을 통해 알았다.”
-군이 윤 일병 사건 파장의 심각성을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나는 혁신이 아니라 거의 개조에 가까운 수술을 하지 않으면 우리 군 안의 인권침해 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거나 더더욱 파열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서 이런 군대가 과연 적들과 싸웠을 때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까지 들 만큼의 썩어 문드러진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일부 정치권과 청와대도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이 아닌가?
“조건부 입영거부 운동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조건부라 함은 ‘군내 인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군대 못 보낸다’ 이런 운동이 확산될 수 있다. 그 전에 군인권센터가 요구하는 것들을 많이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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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국회 아래 독일식 국방감독관제를 둬야 한다. 1급 기밀문서까지 모두 열람 가능하고 그것은 인권문제 뿐만 아니라 복지·인사까지 독일은 이 3가지를 모두 다루고 있다. 미국 의회처럼 가야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박정희 정부 때 통법부 시스템을 하나도 바꾸지 않았다. 둘째, 군 인권법이 도입돼야 한다. 국방감독관제는 기구법이다. 인권법은 이 기구가 이 규정에 의해서 운영되도록 하는 기본법이다. 셋째, 폐지된 군 의문사진상위원회법을 국회가 통과시켜야 한다. 넷째, 국방부 장관 아래 군 인권위원회를 따로 둬야 한다. 경찰청도 인권위원회가 있다. 그렇게 해서 외부 전문가들을 오게 해서 그냥 자문기구가 아니라 이들이 야전에 갈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자료도 볼 수 있게 하고, 현장을 방문해 피해자를 단독으로 대면하면 군의 부조리가 획기적으로 줄 수 있다.”
-오늘 육군의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출범했는데 전망을 한다면?
“오는 12월까지 한시적인 조직이라 큰 기대는 없다. 내가 전문위원이 아니고 국방부 장관과 같이 자문위원으로 올려놓았더라. 구색갖추기인데 내가 장관 옆에 있으니 높아 보이는데 내 손발을 묶어놓은 것이다. 장관 지시로 나를 위촉한 것 같은데 육군본부가 탐탁치 않으니까 군피아들이 나를 그런식으로 빼놨다.”
-군대가 이 지경이 되도록 놔둔 우리 국민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국민들이 군을 더 이상 성역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참여하고 감시할 대상이다. 왜냐면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의 공동체를 지켜주기 때문에 우리의 아들들이 맞지 않고 튼튼하게 자라야만 국방이 튼튼해지고 나의 안전권과 생명권이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에만 맡겨두는 것은 국민들이 일종의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다. 참여와 감시가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병사들을 ‘농노’로 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병사들의 존엄성을 강화하고 민주시민으로서 양성할 수 있는 정훈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번 윤 일병 사건을 이슈화하면서 현장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윤 일병 사건에 대한 상황 파악에 군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저런 군대가 유사시 전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굉장히 의심했다. 위기관리 능력 대처가 떨어지고, 오로지 보신주의만 있다. 나라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군대, 자신을 지키는 군대, 군대가 망하든 나라가 망하든말든 나만 살면된다는 인식,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에 나오는 공무원의 자세가 아니다. 공무원은 국민에게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다. 책무자의 역할을 정말 제대로 하지 못했다.”
-윤 일병 사건을 보면서 ‘소시오 패스’ 진단도 나오는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윗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니까 아랫사람들이 똑같이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도 그런 측면이 있지만 군은 계급사회기 때문에 더욱 그런 측면이 있다. 장군이 불법적인 명령을 하거나 높은 사람이 부하 성추행을 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고 묵인하고 덮어주고 옳은 말하는 사람은 인사고가를 나쁘게 주고 다른데 보내 버리고 그런 것이 복합적으로 밑에 대물림되는 것이다. 현재 군인권센터가 조사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고 있다.”
-군 인권이 왜 중요한가?
“우리 군의 많은 지휘관들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군기가 확립돼야 전투를 잘 치를 수 있다’는 것인데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인권이 확립돼야 전쟁에서 승리한다. 병법서에 나와 있는 이야기다. 화려한 세단을 타고 다니고 보기 좋은 음식을 먹는 장군의 말을 잘 따를까? 아니면 피고름을 같이 짜주고 함께 행군하는 장군을 위해 목숨을 바칠까. 이순신 장군이 물먹이고 구타·가혹 행위하는 것을 묵인해 주는 그런 병영구조 였다면 이순신 장군은 해전에서 졌다.”
-이번 윤 일병 사건을 사회적으로 고발하고 이슈화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윤 일병 사망 사건 터졌을때 의심은 했지만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여기에 신경을 못쓰는 상황이었다.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공소장을 지난달 31일 군인권센터가 브리핑을 하기 3~4주 전에 입수했다. 보니까 기소법 적용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 수사기록을 봐야 한다. 그 다음 주 바로 수사기록을 확보했다. 공소장 갖고 부모에게 전화를 했고 기소법 적용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했다. 수사기록을 일부라도 확보할테니 보자고 했다. 수사기록을 같이 봤다. 부모가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이것을 터뜨리게 됐다. 지난달 30일은 재보선 결과가 나오는 날이라 피했다. 그날 일단 사단장과 군단장에 직접 전화해서 기회를 줬다. 공소장 변경하고 여죄에 대해 추가 기소하라고 했는데 반응이 시큰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