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검찰은 이날 상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가해 선임병에게 강제추행 혐의를 추가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전날 국방부 감사관을 불러 이번 사건에 대한 보고 누락과 은폐 의혹에 대한 국방부 차원의 감사를 지시해 이날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가해·방조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일벌백계 문책 방침을 강조함에 따라 군의 대대적인 수사와 감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양주시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윤 일병 사건 4차 공판에서 군 검찰은 이모(25) 병장 혐의에 강제추행죄를 추가하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검찰관은 “사건 발생 당일인 4월 6일 폭행으로 멍이 든 윤 일병의 가슴 부위에 안티푸라민을 바르다가 윤 일병 본인으로 하여금 강압적으로 안티푸라민을 성기에도 바르도록 한 행위를 강제추행으로 판단했다”고 공소장 변경 이유를 밝혔다.
당초 범죄사실 변경이 검토됐던 살인죄는 이날 심리에서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군 검찰은 집단구타로 윤 일병을 숨지게 한 이들 선임병 4명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할지에 대한 법리 검토에도 착수했다. 폭행치사죄를 살인죄로 바꿔 적용할지 문제를 추가 수사와 법리 검토 후 1주일 안에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추가 수사는 당초 국방부 검찰단이 맡기로 돼 있었지만 이날 오전 돌연 수사 주체가 3군사령부 검찰부로 변경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사건의 관할 법원을 이전하는 신청이 받아들여져 다음 재판부터는 3군사령부에서 심리가 진행된다. 다음 재판 기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군 검찰은 선임병들이 윤 일병의 부모 면회를 막고 종교행사에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강요죄 추가 적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또 윤 일병이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폭행과 가혹 행위에 시달리는데도 이를 막지 못한 지휘관들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지휘관들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지도 검토하기로 했다.
군 검찰은 28사단 검찰부가 지난 5월 2일 피의자를 기소할 때 ‘매일 야간에 지속적인 폭행 및 가혹행위가 있었고 간부가 폭행을 방조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군 당국이 3개월 가까이 이를 언론에 알리지 않고 축소·은폐했다는 의혹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일병을 상습적으로 구타하고 가혹행위를 한 이 병장과 하모 병장, 이모 상병, 지모 상병 등 4명은 상해치사와 공동폭행·폭행 혐의로 지난 5월 2일 기소됐다. 이 병장에게는 이번에 강제추행 혐의도 추가됐다.
시민 감시단 80여 명과 함께 법정을 찾은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은 “특검을 실시해 군대의 뿌리 깊은 악습을 철폐해야 한다”면서 “집단 폭행으로 일병이 사망한 사건을 단 4번의 재판으로 끝내려 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임 소장은 “사단장이 임명한 재판장이 모든 걸 결정하는 구조에서는 제대로 처벌이 이뤄질 수 없다”면서 “군사재판 제도와 관련해 법 개정 또는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고 공판 전의 마지막 재판일인 이날을 포함해 그동안 모두 4번의 재판이 열렸다.
법정에서 가해자들은 두 손을 모으고 피고인석에서 침묵을 지킨 채 앉아 있었다.
방청석은 취재진과 시민으로 가득 찼다. 20석 방청석 자리가 부족해 모두 재판정과 복도에 선 채로 재판을 지켜봤다.
약 20분간 진행된 재판이 끝나자 일부 시민은 가해자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주범으로 지목된 이 병장의 얼굴을 보려고 재판정 앞으로 나오기도 했다.
곳곳에서 “간부들이 문제다”, “울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얼굴에 반성하는 빛이 없다”는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한 시민은 “군 복무중인 남동생이 군 가혹행위는 근절됐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이제 아무 것도 믿을 수 없게 됐다”면서 “가해자들에게 꼭 살인죄를 적용해 강력히 처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해 중대장부터 사단장까지 보직해임하고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는 부대 간부 16명에 대해 정직 3개월부터 견책까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징계 처분 간부 16명 중 8명이 가장 낮은 견책 처분을 받아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