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장도 고급칩 수요 주는 단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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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엔비디아의 경쟁자와 주요 고객사들이 AI 칩 생산에 뛰어들어 격차를 줄여 오고, AI 시장 역시 엔비디아 칩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 세콰이어 캐피탈은 지난 3월 AI 업계가 대규모 언어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해 엔비디아 칩을 500억 달러(약 68조 원)나 사들였지만 생성형 AI 스타트업들은 고작 30억 달러(약 4조원)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고 추산했다. 이 때문에 AI 스타트업 주요 개발자들이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등 혼란에 빠졌다. 이제 AI 기업들은 엔비디아 칩에 의존해야 하는 엄청난 계산능력을 요구하지 않는 특화된 작은 작업 모델을 찾고 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 센터를 개조해 AI를 대량생산하는 디지털 공장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칩 제조업체인 엔비디아의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또 AI 칩뿐만 아니라 AI에 필수적인 중앙처리 칩, 네트워킹 칩과 소프트웨어까지 손대고 있다.
◇ 엔비디아 모멘텀 유지될까
다이와의 애널리스트 루이 미시오시아는 엔비디아가 마치 PC, 휴대전화와 인터넷 도입 당시에 비견되는 AI 붐에 선도적 공급자 자리를 꿰찼다며 "AI는 이렇게 세계를 바꾼 사건들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엔비디아가 이런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경쟁적 도전에 직면해 낙오할 것인가 라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경쟁사들은 앞 다퉈 AI 칩을 내놓고, 적어도 몇몇 작업에서는 엔비디아 칩을 앞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AI 칩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 칩의 대안을 찾고 있다. AI 칩 스타트업인 삼바노바 시스템의 로드리고 량 CEO는 "현재처럼 칩 제조사 한 곳에 의존하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혁신이 실종된다"고 말했다.
인텔과 아마존, 구글,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들은 잇따라 AI 칩 자체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구글은 차세대 AI 칩을 이번 달 공개했고 아마존은 11월에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 분석가들은 구글이 2023년에 엔비디아와 인텔에 이어 데이터 센터용 칩 설계 3위로 올라섰다고 추산했다.
로젠블랫 증권의 애널리스트인 한스 모스먼은 엔비디아가 경쟁 압박으로 인해 세계 AI 칩 시장 점유율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다른 컴퓨팅 분야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입지 확장 조치 덕분에 전체 AI 컴퓨팅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AI시장의 변화
칩 제조 분야에서의 직접 경쟁뿐 아니라 엔비디아는 AI시장의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AI 붐 첫해에는 모든 투자가 생성형 AI 모델 훈련에 맞춰졌기 때문에 여기에 최적화 된 엔비디아 칩이 유리했다. 하지만 값비싼 엔비디아 칩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반응하는 '추론(inference)'단계로 넘어가면 덜 중요하게 된다.
AI 붐에 대한 더 큰 위협도 있다. 예를 들어, AI 칩을 보관할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고 충분한 전기를 생산하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다. 황 CEO는 세계 일부 지역은 전력량이 제한돼 있어서 최고의 칩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나라들은 AI에 사용할 잉여 에너지가 있다며 "(그런 곳이) 데이터 센터를 짓기 좋은 곳이고 AI는 훈련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새로운 도전에 맞서 '블랙웰'로 알려진 차세대 칩을 올해 하반기 내놓을 예정이다. 또 'AI 공장'으로 부르는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 센터 건설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황 CEO는 이번 달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개최된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이 시점에 대부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뭔가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공장에서 AI를 대규모로 생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