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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마이런 애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9일(현지시간) 광고 전문매체 애드 에이지(Ad Age)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DNA에는 창의성이 있다. 우리의 목표는 이용자들이 아이패드를 통해 수많은 방식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아이디어에 생명을 불어넣는 걸 돕는 것"이라며 "우린 이번 (광고)영상에서 과녁을 놓쳤다.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애플은 TV에서 이 광고를 내보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틀 전 내놓은 광고에는 유압 프레스가 등장해 피아노, LP판 플레이어, 그림, 책, 카메라와 아케이드 게임 등 창작자나 소비자들이 오랜 세월 즐겨 사용해 온 모든 창작 도구들을 깔아뭉개고 그 자리에 신형 아이패드 프로가 등장한다.
애플의 의도는 신형 아이패드 프로가 이 모든 걸 다 대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었지만 마케팅 전문가들은 결과가 완전히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아메리쿠스 리드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스쿨 교수는 "개념적으로 광고 의도는 알겠지만 전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쁨이 담겨 있는 삶을 기술이 파괴하는 장면을 보고 심란했다"고 말했다.
이 광고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이나 일상을 잃게 되지 않을까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와중에 등장했다. 게다가 애정을 갖고 있던 물건들이 부서져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이런 불안감을 더 부추겼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영국 배우 휴 그랜트는 팀 쿡 애플 CEO가 소셜 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이 광고 영상에 "인간 경험을 파괴하는 게 실리콘 밸리의 예절인가"라고 댓글을 달았다. 한 이용자는 "창의적인 도구에 대한 존중이 없고 창작자를 조롱한다"고 적었고, 또 다른 이용자는 쿡 CEO의 메시지를 공유하면서 "광고를 보기가 고통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이전 광고들에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여주던 것과도 대비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