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대통령 정부가 2007년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에 몰리는 등 아르헨티나 정치지형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부부 대통령 체제가 10년간 지속됐다.
이른바 '키르치네리즘(Kirchnerism)의 시대'다. 이번 총선은 키르치네리즘의 미래를 가늠하는 선거였다.
여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FPV)은 키르치네리즘을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를 지배하는 정치 이념인 페로니즘(Peronism)을 확대 발전시킨 개념으로 내세운다.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1895∼1974년)이 주창한 페로니즘은 국가사회주의의 한 형태다. 중남미 지역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키르치네리즘은 부부 대통령이 페로니즘의 전통을 잇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집권의 정통성을 뒷받침해준 셈이다. 이번 총선 결과가 '키르치네리즘'의 위기로 해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연방하원 257석의 절반에 해당하는 127석, 연방상원 72석의 3분의 1인 24석을 선출했다.
총선 후 연방하원 의석은 '승리를 위한 전선'을 포함한 여권 132석, 야권 125석으로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의석은 현재의 135석에서 3석 줄었다. 연방상원 의석은 여권 38석, 야권 34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상원 역시 여권 의석이 40석에서 38석으로 2석 줄어들었다.
여당의 총선 패배로 일단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3선을 위한 개헌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총선 패배에도 의회 다수당지위는 지켰으나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차기 대선을 놓고 집권세력 내부에서 권력 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총선 패배 후유증으로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정국 주도력이 떨어지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당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아르헨티나 산 마르틴 대학의 마리아 마틸데 올리에르 교수는 "2015년 말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키르치네리즘이 안은 가장 큰 문제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확실한 후계자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 결과는 경제·사회 분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인플레 억제를 위해 과감한 가격통제 정책을 시행하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시하며 시장에 개입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올해 성장률은 정부 기대치의 절반 수준인 3%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외화보유액은 2007년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 출범 이래 최저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노동계는 경제성장 둔화와 인플레율 상승에 대한 불만으로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에 등을 돌리면서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