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러시아에 임시 망명을 요청했던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토든이 러시아에 망명 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변호사 아나톨리 쿠체레나는 16일(현지시간) "스노든이 러시아에 임시 망명을 요청하는 공식 신청서를 작성해 연방이민국 직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정 감시·자문기구인 '시민평의회' 위원인 쿠체레나는 "망명 신청서 작성에 많은 법률적 문제가 있어 그의 요청으로 내가 그에게로 가서 서류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스노든이 환승 구역을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연방이민국 직원도 그곳으로 와 망명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이민국 국장 콘스탄틴 로모다놉스키는 이타르타스 통신에 "스노든에게서 들어온 신청서는 법률이 정한 시한인 3개월 이내에 검토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로모다놉스키는 그러면서 "이것이 스노든의 신청서가 3개월 내내 검토될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며 "3개월은 최대한의 기간"이라고 덧붙였다. 그 이전에라도 망명 허가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사법기관 관계자는 스노든이 연방이민국에 망명 신청서를 제출하고 관계 기관이 그것을 검토하는 동안은 그가 러시아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시 망명 허가 결정이 내려지면 스노든은 1년까지 러시아에 체류할 수 있으며 이 기간엔 어디로도 추방되지 않는다. 영구 망명은 기간에 제한없이 러시아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하지만 스노든은 지난주 인권운동가들과의 면담에서 남미 국가로 영구 망명하길 원하며 그전까지 한시적으로 러시아에 머물고 싶다는 희망을 밝힌 바 있다. 임시 망명을 원한다는 뜻이었다.
만일 러시아 정부가 스노든에 망명을 허용하지 않으면 그는 러시아 법원에 이의 신청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 기간엔 러시아 정부가 그를 외국으로 추방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스노든은 미국 정보당국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 활동을 폭로하고 홍콩에 은신하다 지난달 23일 미 당국의 추적을 피해 러시아로 도피했다.
이후 줄곧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의 환승구역에 머무는 그는 지난 12일 국제 및 러시아 인권운동가들을 공항으로 초청해 면담하면서 남미 국가로 영구 망명하기에 앞서 러시아에 한동안 머물고 싶다는 임시 망명 의사를 밝혔다.
한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공보실장은 이날 스노든 문제와 관련해 "임시 망명 문제라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 연방이민국 소관"이라고 밝혔다. 영구 망명 결정 때처럼 대통령에게까지 올라가지 않고 연방이민국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페스코프 실장은 "현재 극동 지역을 방문 중인 푸틴 대통령도 스노든이 공식적으로 망명 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을 보고받아 알고 있다"며 "하지만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 김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