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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상임위원 4명은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회도 상임위원 4명을 추천한다. 이렇게 총 9명이 원자력안전위원이 된다. 그런데 국회추천의 4인은 여야가 합의해 추천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각각 나누어 추천해 왔다. 그 결과 원안위는 정치색을 가진 위원이 4명 포함돼 있다. 이들은 원자력안전이 중심이 아니라 정치의 연장선상에서 원안위 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탈원전이냐 친원전이냐의 논의를 안전규제 행정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하게 되는 것이다.
원자력 안전규제는 원자력을 한다는 전제하에 필요한 것이다. 원안위가 원자력안전을 논하는 장이 아니라 정치의 장이 되는 것이다. 예컨대, 탈원전 정부에서 원안위는 원자력시설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원전사업자를 어렵게 만들고, 비용의 부담을 늘려 원전사업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가동 가능 설비를 정지하고 보수하도록 종용했다. 기술지원조직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인허가검토를 마치고 나면 통상 1~2회 원안위 심의를 개최한 후 허가가 내려졌던 것에 비해, 10여 차례 위원회를 개최하며 1년 이상 인허가를 지연하게 한 적도 있다.
라돈침대 사건의 경우, 2020년 서부지검은 불기소로 처분한 바 있다. 기소할만한 범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시 라돈침대 사건을 문제로 부각시켰던 인물도 당시 원자력안전위원 중 한명이었다. 국민이 과연 원안위가 이렇게 구성되·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길 것인가? 그런데 최근 입법부의 모 인사는 원안위를 여야 의석수에 비례해 임명하자는 주장을 제기한다는 얘기가 있다. 국회 교섭단체별 의석수 비율에 따라 배분할 경우, 중요 사안에 대해 위원의 전문성이 발현되는 것이 아닌 각 정당의 당론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발현될 것이다.
원안위는 지금보다 더 심한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다. 이는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원안위의 운영을 크게 훼손할 것이다.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규제사안에 대해, 원안위는 자체 결정하지 못하고 각 정당의 결정과 처분을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원안위의 최종 결정이 지연될 뿐만 아니라, 과학적·전문적 규제와는 거리가 먼 정치적 결정이 자주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원자력안전규제가 정립되지 못하고 흔들리게 만드는 일이다. 아무리 정치가 중요해도 선은 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