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측 가처분 행위 불법 여부 조사 금감원에 진정
우군 불변·국민연금 의결권 향방·법적다툼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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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적으로, 그리고 경쟁적으로 지분을 늘려 온 양사의 공식 일정이 마무리 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이제 의결권과 명분 싸움으로 접어들었다. 고려아연은 MBK의 공개매수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실질적인 액션에 돌입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 부회장 등을 조사해 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이다.
또 고려아연은 그간 경영에 실패해 온 영풍이 국가기간산업이자 전략광물자원의 공급망 중심에 있는 고려아연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을 것이며 이로 인한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 타격이 불가피할 거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BK 역시 본안 소송을 통한 법적 다툼과 고려아연 주장에 맞서는 여론전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당 89만원에 진행된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의 공개매수가 마감됐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전일보다 0.23% 상승한 87만6000원에 마쳤으며, 장중에는 공개매수가에 근접한 88만6000원까지 올랐다. 시장에서 얼마나 움직였는지 정확한 청약률은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1차전은 사실상 종료됐다. 이제 영풍-MBK가 임시주주총회를 여는 것에 대비한 의결권 다툼에 접어들었는데, 향후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첫 번째는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 변화 없이 최윤범 회장 측에 남아있는 것과 두 번째는 국민연금의 표심, 세 번째는 법적 다툼이다.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국내 기업들은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이다. 최윤범 회장은 다음달 글로벌 원자재 거래 중개 기업 트라피구라 회장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호적인 해외 기업들과도 경영권 사태에 대해 공감대 형성을 해두려는 작업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의 지분 7.83%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MBK 측에서도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공개매수전에서 MBK 혹은 고려아연 등 어느 쪽에서든 일부 지분을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장기적 수익률 관점에서 판단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현재는 주를 이룬다.
전날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국민연금의 표심에 대한 질문에 "예상하기 매우 어렵다. 판단을 믿고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주총에서 안건에 무조건 찬성만 던져오지는 않았다. 2022년 주총에서는 장형진 영풍 고문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한 전례가 있다.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국민연금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최근 리얼미터가 '고려아연 경영권 사태 관련 국민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결권 행사 필요성에 대해 응답자의 45%가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27.3%가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은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고 본 셈이다.
한편 고려아연은 영풍-MBK의 가처분 신청 및 여론전과 관련해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주장은 1차 가처분 신청 판결에서 모두 기각됐는데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 2차 가처분 신청을 강행해 고려아연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고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주가 시세조종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의 말대로 MBK가 공개매수로 확보한 5.34%의 지분에 문제가 있더라도 결과를 뒤바꾸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고려아연의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쪽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형국으로 분쟁이 진행되고 있어, 여론 및 명분 싸움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