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 해법은 '민생해결'
"일 잘하는 지방의회…시민의 '굿파트너'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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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시의회 의장 접견실에서 만난 최호정 서울시의장의 어조는 부드럽지만 단호했다. 취임 당시 "시민들이 어려울 때 제일 먼저 기댈 곳이 서울시의회가 되도록 시민의 곁에 있겠다"며 생활정치를 강조했던 최 의장의 의지는 여전히 굳건했다.
생활정치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최 의장은 현장에 두 발을 딛고 지역 문제를 내 일처럼 해결하는 이른바 '홍반장 정치'를 서울시의회가 지향하고, 실천해야 할 생활정치라 정의했다. 최 의장은 "생활정치는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특화돼 있다. 모든 생활정치는 현장에서 시작되고, 111명의 서울시의원이 제 집만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지역구 현장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서울시의회는 정책 집행기관인 서울시와의 핫라인 소통이 가능하고, 현장에서 보고 듣고 공감한 생활·지역 ·민생 의제를 서울시로 전달해 정책이라는 구체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의장은 이어 "후반기 의회 2년은 서울의 민생과 안전, 미래를 되살릴 최적의 적기이자 지방의회와 지방자치 발전의 골든타임"이라며 "이 중차대한 시기, 의회의 운전대를 잡은 만큼 입법권과 예산심의권 등 의회 권한을 활용하는 동시에 집행기관의 연결고리 역할을 키워 '시민이 안전한 서울' '미래세대에 더 밝은 서울' '지방자치의 진전' 과제와 요구를 현실로 바꿔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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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68년 역사상 첫 여성 의장' 타이틀을 거머쥔 최 의장은 2010년 서초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계에 입문했다.
처음부터 정치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직업 정치와 거리가 먼 '전업주부'의 삶을 살아온 최 의장을 정치로 이끈 건 녹색어머니회였다. 아이들 안전을 위해 녹색어머니회 봉사를 하던 2010년, 교육부의 공립학교 전환 반대 입장을 전하기 위해 만난 고승덕 전 의원으로부터 당내 활동을 통해 지역에 봉사해달라는 제안을 받으면서다. 그 자리가 한나라당 서초을 당원협의회 차세대여성지회장이다.
최 의장은 "처음 제안받았을 때만 해도 정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지회장 활동을 하면서 학교, 복지관, 경로당과 같이 현장 목소리를 듣고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정치의 시작임을 알게 됐다"며 "정치의 본질이 평범한 우리네 삶과 맞닿아 있음을 깨닫고 생활 정치의 최전선인 서울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며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 의장은 2014년과 2022년 서울시의회 선거에 당선돼 시의원 3선에 원내대표를 지냈다. 3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지역 민원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시민들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생활 정치'의 저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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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 부진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코로나19로 기초학력이 떨어진 학생들을 위해 예산 30억원을 추경으로 편성, 진단도구를 개발해 지난해 11월 서울 학생 약 4만5000명을 대상으로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올해는 2배 이상 늘린 약 1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회복에 대한 시민 요구가 증대하면서 학교구성원 모두 권리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서울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외에도 그가 3선 의원을 하는 동안 발의에 참여한 조례만 500건이 넘는다. 특히 혈세 낭비, 행정비효율, 교권 등 공교육 질서 훼손의 원인이 된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서울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조례, TBS 지원 조례, 학생인권조례 등 폐지·정상화 기반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가치 확산 및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통해 경제적·신체적·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모든 대상을 약자로 재정의했다.
최 의장은 서울시 행정 1·2부시장을 임명할 때 시의회가 인사청문회를 여는 내용의 '서울특별시의회 인사청문회 조례'를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최 의장은 "인사 시스템 재정비는 서울의 경쟁력, 나아가 서울의 미래와 직결되는 것으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성과"라고 자평하며 "서울시와의 협약이 필요하지만,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 시 후보자의 전문성을 사전에 촘촘히 검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임용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 시민의 알권리와 함께 조직 신뢰도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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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 합계출산율은 0.55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오늘날의 저출생은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니다. 보육·교육·주거·일자리는 물론 개인의 커리어를 중시하는 사회 문화까지 사회 전반의 문제가 출산할 결심에 영향을 주고, 이는 곧 저출산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만큼 저출생 해법은 개별 처방이 아닌 사회 전반에 걸친 종합적 해법이 입체적으로 가동돼야 한다는 방증이다.
최 의장은 "시민들이 행복하고 살만해진다고 느끼면 저절로 아이를 낳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게 시의회의 몫"이라고 강조하며 "최근 성동구의회가 육아를 경력으로 인정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인사혁신처도 육아휴직을 승진 근무경력으로 인정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이처럼 돌봄 노동을 물적·심적으로 인정하며 돌봄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초고령화 사회에도 대비한다. 2000년부터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내년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인구구조 변화가 초래할 문제 극복을 위해 '저출생·고령사회 문제 극복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최 의장은 "초고령사회가 현실이 된 만큼, 내년도 서울시 본예산에 어르신 복지 등 초고령사회 관련 예산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초고령사회가 우리사회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적극 대응-적극 투자' 기조로 심도 있는 심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령사회를 위기로만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경륜의 어르신 세대를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핵심 주체로 설정해 서울의 새로운 기회이자 축복이 될 초고령사회 대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기후 환경문제에도 힘쓴다. 이날 오후 KBO프로야구 LG와 삼성간 플레이오프 경기가 진행된 잠실야구장을 방문해 다회용기 이용현황을 점검한 최 의장은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에서 '다회용기 이용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생각보다 다회용기 사용과 수거가 잘 이뤄지고 있었다"며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시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더욱 적극적인 실천을 유도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시설에 확대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민 실천 조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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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방의회의 여건은 국회와 비교해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1991년 지방선거가 재개된 후 33년이 지났지만, 지방의회는 인사권만 갖고 있을 뿐 의회 조직 편성권과 예산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집행기관이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 의장은 취임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조은희 의원을 만나 지방의회 관련 제도 개선 등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요 내용은 △정책지원 전문인력(정책지원관) 제도 개선 △지방의회 국장급(지방직 2·3급) 직위 신설 △지방재정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이다.
국회에서는 의원 1명당 9명의 보좌인력을 둘 수 있는 반면, 지방의회는 지원관 1명이 의원 2명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일반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되다 보니 휴직·면직 시 신속한 인력 충원이 어렵고, 정치적 중립 의무로 업무 제약이 크다. 이에 지원관 1명이 시의원 1명을 맡고 일반직 임기제 대신 별정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또 국장급(지방직 2·3급) 지위를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최 의장은 "사무처장(1급) 1명이 전체부서(10개과·420여명)를 총괄하다 보니 업무 통솔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4급 이후의 승진이 어려워 구성원의 사기가 떨어진 실정"이라며 "지방의회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최 의장은 이어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인 지방의회 경쟁력은 곧 시민 삶과 직결된다"며 "나날이 복잡·고도화되는 도시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불합리한 인적 구성, 인사 시스템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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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 의장은 "무엇보다 '최초의 여성의장'이 '마지막 여성의장'이 되지 않도록 따뜻하고 섬세한 여성 리더십을 십분 살려 시민 일상이 활짝 피어나는 서울시의회의 전성기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