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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사모펀드 사태] MBK 경영땐 기술자 대거 이탈… 희소금속 공급대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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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4. 10. 16. 18:03

첨단산업 필수 원재료 공급망 책임
핵심인력 유출땐 산업계 부정적 영향
분쟁 장기화에… 신사업 차질 예상
23일 양측 지분차 2%p로 좁여질듯
원가는 낮추고 판가는 올리는 방식으로 경영을 잘해 온 고려아연이 올해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의 저력은 분기별 실적 상승행렬로 이어지는 중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신사업에 1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회사의 백년대계를 그려가는 중차대한 시점을 맞았다.

그런 고려아연을 놓고 각계에서 사업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지난 9월 영풍-MBK파트너스가 촉발한 경영권 분쟁이 이유다. 중대한 의사결정 타이밍을 놓치고 방향성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 분쟁은 단순히 고려아연과 영풍만의 일이 아닌 산업계 전체의 이슈로 비화 중이다. 고려아연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필수인 '희소금속' 공급망을 쥐고 있어서다. 과거 화물트럭 대란을 일으킨 '요소수'나 현대차 공장을 멈춰세운 '와이어링 하네스'처럼 우리 산업은 하나의 원료나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도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또 다른 '공급망 리스크' 우려가 쏟아진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고려아연의 연결기준 매출은 3조2123억원, 영업이익은 2644억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40.1%, 영업이익은 64.8% 증가하는 수치다. 고려아연은 지난 2분기에도 매출은 23.8%, 영업익은 72.6% 증가한 실적을 내놓은 바 있다.

고려아연은 호실적을 토대로 12조원이 투입되는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일각에서는 향후 의사결정에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에 노출되면서 신사업에 대한 CapEx(설비투자)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를 반영해 한국기업평가에서도 분쟁에 따라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분쟁 속에서도 추진 중인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려 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가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맥킨타이어의 풍력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해 퀸즐랜드주 전력망을 통해 호주 전력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후 경영권 분쟁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의 사업 불안정성이 심화하고 희소금속 공급에도 문제가 생기면 전체 산업계로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납), 은, 구리 등의 비철금속 외에 인듐, 카드뮴, 텔루륨, 코발트 등의 희소금속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인듐은 고려아연이 전 세계 연간 수요 1400톤의 11% 수준인 150톤을 책임지고 있으며, 전기차 양극재의 핵심소재의 코발트는 고려아연이 아연과 연 정관 내에서 극소량의 코발트까지 뽑아내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중국과 호주의 갈등 속에서 발생한 '요소수' 대란과 관련해 국내에선 속수무책이었다"며 "국내 핵심 '희소금속'을 주요 기술진들이 해외 경쟁사 등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가늠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는 머니게임 아닌 '산업계의 생존'이자 '실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지난 14일 MBK 측이 지분 5.34%를 확보하면서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다툼으로 넘어갔다. 오는 23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까지 끝나면 양측의 고려아연 지분 차이는 2%포인트 내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현재 기준 지분 7.8%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주총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된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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