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경, 상속 분쟁 이어 불법행위 의혹
주식 부정거래 혐의로 檢 수사대상 올라
이미지 훼손 우려에 직 해임 목소리도
|
'화마(火魔) 속으로 뛰어들어 인명을 구조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데 반평생을 바친 사람들…'.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만드는 미담의 주인공들을 기억하고 감사하자는 뜻으로 제정된 'LG의인상'이 올해로 꼭 10주년을 맞았다. LG의인상은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지난 2015년 남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은 의인들과 선행을 실천한 이들을 위해 만든 상이다.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기업을 일으킴과 동시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담은 이 상은 LG그룹을 넘어 재계를 대표하는 사회공헌활동으로 꼽힌다.
LG의인상 사업을 담당하는 곳은 LG복지재단으로, 매년 20~30명의 '의인'을 수상자로 선정해 왔다. 그런데 올 들어 LG의인상 선정 소식이 뜸해 재계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동안 LG복지재단 차원에서 의인상 수상자를 선정하고 외부에 널리 알리던 대외 활동도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다. 이유가 뭘까.
14일 재계에 따르면 LG복지재단은 2015년 9월 첫 수상자를 선정한 이후 지금까지 200명 넘은 이들에게 LG의인상을 수여해 왔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21명, 2021년 31명, 2022년 19명, 2023년 28명 등 매년 수십명이 상을 받았다. 그런데 올 들어서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LG복지재단이 LG의인상 수상자 선정을 공식 발표한 건 지난 2월이 마지막이다. 이후 대외적으로 의인상 선정이나 시상식을 개최했다고 알린 적이 없다.
그렇다고 LG복지재단이 의인상 선정 및 시상을 중단한 건 아니다. 올해도 8명이 LG의인상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충북 괴산에서 수목관리사로 일하는 이용규씨가 이 상을 받았다. 이씨는 물놀이 사고로 위험에 처한 어린아이를 맨몸으로 구조했다. 다만 이들의 수상소식을 LG복지재단이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은 게 이전과 달라졌을 뿐이다. 이 때문에 올해 LG의인상 수상 소식은 지역 매체들에서 간헐적으로 다룰 뿐, 예전처럼 대대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 LG복지재단은 왜 의인상 선정 소식을 알리지 않는 걸까. LG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여기엔 고 구본무 회장의 장녀이자 LG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구연경 대표 관련 이슈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연경 대표는 지난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 분쟁을 제기한 데 이어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검찰 수사대상에 올랐다.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와 함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취득한 혐의로,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다. 이 건을 조사한 금융감독원은 최근 검찰에 이 사건을 넘긴 상태다.게다가 구연경 대표는 주식 부정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해당 주식을 LG복지재단에 기부하려고 시도한 게 드러났다. 이를 두고 안팎에선 LG복지재단을 내세워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의인상 소식이 뜸해진 시기는 구연경 대표 관련 부정적 이슈가 불거지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재계 관계자는 "구연경 대표가 주식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가운데,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LG복지재단의 의인상 선정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게 부담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구본무 회장의 따뜻한 유산이 널리 알려질 수 없다는 것 자체로 아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구연경 대표가 책임을 지고 스스로 LG복지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개인의 법적, 도덕적 흠결이 재단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구연경 대표가 자진 사임하지 않는 한 재단 대표이사 해임은 힘들다. LG복지재단 이사장 임명과 해임은 지방자치단체(경기도) 소관인 데다 최종적인 사법적 결론이 난 이후에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은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의 경우 재단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