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논란'에 연세대 "공정성 훼손 행위 파악 안돼"
법조계 "일반적 손해배상 청구 입증 어려워" 전망
"인과관계 인정 한해 '징벌적 손배소' 필요" 의견도
|
일부 응시생들의 재시험 요구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민사 소송까지 예상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일반적인 손해배상 청구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에 기대를 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14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실시된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시험에서 논술 문제가 시험 시작 약 1시간 전에 배부되는 일이 일어났다. 해당 고사장의 감독관이 시험 시작 시간을 착각해 약 1시간 전인 낮 12시 55분께 논술 시험지를 배부했다가 회수한 것이다.
문제는 시험 시작 전 "정사각형 4개 등분되는 직사각형 그림이 있다"며 문항을 추측하는 온라인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실제 1번 문항 도형도 동일하게 나온 것이다. 시험지가 미리 배부된 고사장의 수험생이 작성한 것인지 아직 특정되진 않았지만, 글 게시자는 감독관이 시험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도형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연세대 입학처는 전날 "문제지 배부부터 회수까지 연습지에 의해 가려진 상태라 학생들은 문제를 볼 수 없었다"며 "논술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험생들 사이에선 재시험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당 시험은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없는 '논술 100%' 전형이라 문제 하나하나가 당락을 결정하는 데 중요했고, 자연계열 논술 특성상 도형을 미리 아는 것이 상당히 유리했다는 이유에서다.
수험생들이 민사 소송을 낼 수 있을까. 법조계에선 일반적인 손해배상 청구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문제' 자체가 유출된 것인지 사실관계가 불분명해 대학의 책임을 묻기 힘들고, 수험생들의 피해를 구체적인 액수로 계산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방민우 변호사는 "'문제 유출'이 있었는지가 핵심인데, 도형 정도로는 구체적인 문제 내용을 알기 어려워 보여 문제가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며 "또 시험지를 미리 나눠줬다고 하더라도, 배부와 회수 과정 모두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유출됐다고 하더라도 해당 수험생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는 "일부 문제가 유출된 것이 맞다고 밝혀진다면 입시의 공정성이 해쳐진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입시생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온라인에 유출된 문제를 본 학생들은 입시에 합격하고, 반대로 제 시각에 문제를 받은 학생들은 불합격했다는 인과관계나 그로 인해 발생한 재수비용 등의 손해액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학생들에 대해선 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원고의 행위가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판단될 때, 법원이 재량으로 실제 손해보다 많은 배상을 인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문 변호사는 "연세대의 책임이 인정됐음에도 재시험을 보지 않는다면, 법원에서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학생들에게 입증책임의 전환(특수한 경우에 입법적으로 예외를 두는 것)을 적용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것이 입시 불공정 시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