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도입 미뤄지며 원전운영 빨간불
정부 부지 선정만 9차례… 입법 실패
이대로면 2030년부터 원전 가동중단
확보 실패하면 유럽 수출에도 차질
13일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원전 본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율은 79.5%다. 1년 6개월 만에 4.1%p(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본부별 포화율을 보면 90%가 넘는 곳은 △고리(습식) △월성(습식) 두 곳이다. 이대로라면 오는 2030년 한빛 본부부터 저장조가 포화상태가 돼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 한빛과 한울의 경우도 포화율이 각각 82%와 74%에 달한다.
고준위 방폐장은 친원전 및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게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시설이다. 원전을 가동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습식저장조→건식저장조(맥스터 등)'를 거쳐 원전 밖의 중간저장시설과 최종처분시설(고준위방폐장)로 이동된다. 핀란드는 1983년 법제화를 완료하고 내년부터 세계최초로 고준위 방폐장을 운영한다. 스웨덴·프랑스·스위스도 부지선정을 완료했고, 미국과 일본도 부지선정에 착수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내 총 26기에 달하는 원전을 운영하면서도 고준위 방폐장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는 실정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총 4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11차례 법안소위 심사를 거쳤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도 지난 8월 기준으로 총 5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 정쟁에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9차례 방폐장 부지 선정을 추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문제는 고준위방폐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원전 수출 전선에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은 택소노미를 통해 2050년까지 고준위방폐장 확보 제도를 갖춰야 원전 수출이 가능하게끔 규정을 마련했다. 체코 원전을 시작으로 폴란드·루마니아·네덜란드 등 유럽 수출을 노리고 있는 만큼 향후 원전 수출에 있어 고준위 방폐장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원전'을 포함하는 에너지 믹스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전 세계 원전 발전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IEA는 원자력 발전의 전력 생산량이 올해와 내년 모두 각각 3% 증가해 내년에는 2915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이전 사상 최대 기록이던 2021년의 2809TWh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난 우리나라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통해 SMR 등을 포함한 원전 4기를 신규건설할 계획하고 있어, 향후 원전 폐기물은 더욱 늘어 날 수밖에 없다. 실제 제11차 전기본에서 제시된 2038년 발전비중은 원전이 35.6%로 △신재생(32.9%) △액화천연가스(11.1%) △석탄(10.3%) △수소암모니아(5.5%)보다 높다.
노동석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은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를 떠나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원전을 가동했고, 그 폐기물이 나와 있는 상태다. 현 세대는 값싼 전기를 쓸 수 있는 등 원전에 대한 혜택을 받은 만큼, 폐기물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해결해야 한다"며 "여야가 합의를 통해 고준위 특별법을 제정해 원전의 폐기물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