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가뭄 여파로 '김치 대란' 우려 커져
정부, 중국산 배추 긴급 수입 등 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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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마트에서 주부 박모씨(68)는 오를 대로 오른 배추값을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겉절이를 자주 담가 먹던 그는 배추 한 망(3포기)에 2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당황했다. 옆에 진열된 1포기당 1만1000원짜리 배추를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더니 결국 발길을 돌렸다. 박씨는 "배추가 이렇게 비싸서 '김장 포기족'이 될 판"이라며 "매번 김치를 집에서 담가 먹었는데, 올해는 사먹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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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생산자 물가지수에 따르면 농산물과 수산물 가격이 5.3% 상승한 가운데, 특히 배추 가격은 한 달 새 73%나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23일 기준 배추 한 포기당 소매가격을 9321원으로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6230원에 비해 50%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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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에 필요한 다른 채소들의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aT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무 1개 소매 가격은 지난 23일 기준 392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12원에 비해 69.59% 급등했다. 쪽파도 1kg에 1만2977원으로, 지난해 8452원 보다 53.54%나 올랐다. 오이 역시 10개당 1만3769원으로, 지난해 1만1614원에 비해 18.56% 상승했다.
신길동 주민 주모씨(62)는 "배추뿐만 아니라 무·쪽파까지 다 비싸니 김장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며 "우리 남편이 김치를 너무 좋아해 자주 담그는데 이 가격이면 그냥 사서 먹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치솟는 배추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중국산 배추를 긴급 수입하기로 했으나, 일부 소비자들은 품질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광둥성 산터우에서 절임식품을 제조하는 공정에 담배를 문채 맨발로 채소를 밟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위생적이지 못한 중국산 식품 제조에 대한 걱정은 지속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중국산 배추가 수입된다 해도 품질이 국산만큼 좋을지 의문"이라며 "김장은 집에서 먹을 음식인데, 맛이나 신뢰성에서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