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중대 과실' 제한사유 요건, 엄격히 해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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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오토바이 운전자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징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8월 시속 112㎞ 속도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1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던 중 전방 2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던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A씨는 발꿈치뼈골절 등의 상해를 입고 치료를 받았으며 건보공단은 치료비 중 공단부담금 총 2900여만원을 부담했다.
이후 건보공단은 해당 교통사고가 A씨의 속도 위반으로 발생한 사고로서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로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지급한 공단부담금 2900여만원을 환수처분했다.
이에 A씨는 "과속 운전을 하긴 했으나 피해 차량인 택시가 급브레이크를 밟고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차로를 변경하다가 생긴 교통사고로서 사고와 그로 인한 부상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가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에 그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급여제한 사유로 규정된 '중대한 과실'이라는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공단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의 부상이 국민건강보험급여 제한사유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택시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작동해 그 진로 변경을 예고하고 전후좌우의 교통상황을 잘 살피면서 차로를 변경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 또한 사고 발생에 상당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인다"며 "'오로지 또는 주로' A씨의 범죄 행위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한속도를 시속 20㎞ 초과한 과속운전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규정된 12대 중과실에 해당한다는 공단 측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법의 입법 취지는 운전자에게 피해자와의 합의나 종합보험 등의 가입을 유도함으로써 사고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서 국민건강보험급여 제한 사유를 정한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조항의 입법 취지와는 다르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