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부담금 부과 외에 과대포장 규제 없어
"국회, 정부, 기업 등 플라스틱 저감 위해야"
|
국내에도 대량 구매한 앨범을 처리하지 못해 난감한 K팝 팬이 적지 않다. 22일 국내 유명 K팝 커뮤니티엔 "팬 사인회 응모를 위해 구매한 다량의 앨범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벌써 수년 전부터 음반 폐기물로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해관계가 다른 주체들이 대책 마련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팝의 음반 판매량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K팝 톱400 가수들의 총 음반 판매량은 2020년 4170만7301장, 2021년 5708만9160장, 2022년 7711만7982장, 2023년 1억1577만8266장을 기록했다. 이는 톱400의 합계 판매량만 추산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한국 가수들의 실물 음반 판매량은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판매량의 대부분은 이른바 '앨범깡'으로 이뤄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앨범깡은 가수의 앨범에 담긴 팬 사인회 응모권이나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같은 앨범을 개인이 수십에서 수백 장씩 대량 구매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K팝 팬들은 앨범깡을 통해 '팬싸컷'을 한다. 팬싸컷은 '팬 사인회 커트라인의 줄임말로, 팬 사인회 응모권이 당첨될 정도의 앨범 평균 구매량을 말한다.
이렇게 구매한 다량의 앨범들은 결국 폐기물로 버려지고 있다. 국내 한 남성 아이돌 그룹의 팬인 20대 여성 A씨는 "팬 사인회보다 규모가 작은 미니 팬 미팅만 하더라도 앨범 30장 정도를 기본으로 구매해야 한다. 이벤트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 많은 앨범을 사야 한다"면서 "많이 구매한 앨범을 처리하기 위해 그냥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K팝 팬들의 과도한 소비로 인해 버려지는 앨범들은 재활용조차 어렵다. 앨범 포장지로 흔히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은 재활용이 불가하고 연소하면 유독가스가 발생해 환경에 치명적이다. CD도 특수화학처리를 거친 혼합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다.
버려지는 음반 폐기물들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에도 정부와 기업들은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음반 제품은 환경부에서 과대포장과 관련해 규제하고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산업통상자원부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여러 부처가 얽힌 음반 폐기물 문제는 환경부가 독자적으로 규제하지 못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