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애인 등 안전 취약계층에 적극 홍보 필요"
|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을 잇따라 살포하자 우리 군이 전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는 등 남북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비상사태에 찾을 민방위 대피시설 위치를 평소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전 만난 서초구 주민 21명 중 인근 대피시설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시민은 2명에 불과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3년째 거주 중이라던 김보라씨(28·여)는 "근처에 대피시설이란 것이 있었느냐"며 되레 놀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민방위 대피시설은 적의 침투·도발·위협 등의 비상사태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시설이다. 지하 주차장, 전철역 지하층 등 지하 시설물이 민방위기본법에 따라 대피시설로 지정되고 관리된다. 대피시설은 급수·소방·방호 물자 등이 갖춰져 있어 유사시 비상 상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행정안전부는 '비상시국민행동요령'의 내용이 담긴 책자나 안내판을 배포하는 등 지자체를 통해 대피시설 위치를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방위 상황이 발생하면 가까운 지하 시설이나 유리창이 없는 콘크리트 건물 같은 대피시설로 대피하라고 지자체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며 "서울시내 대피시설은 충분한 편이다. 평상시에 대피시설 위치를 숙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했다.
|
하지만 '골든 타임'으로 불리는 5분 이내에 시민들이 대피시설로 향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소 대피시설 위치를 숙지하지 않은 시민이 많아 유사시 신속하게 대피시설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행안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네이버지도' '티맵' 등 업체와 협업해 지도 앱에 대피시설 위치를 검색·조회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막상 비상 상황이 닥치면 지도 앱을 켠 뒤 '대피시설'을 검색하긴 쉽지 않을뿐더러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지도 앱에 접근하기도 어렵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거주하는 유영표씨(93)는 "대피시설이 집 근처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휴대전화로 대피시설 위치 보는 법을 배워도 내일이면 잊어버릴 것 같다"며 "대피시설에 갈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 다른 방법(대피 시설을 찾아 대피하는 일)은 생각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대피시설로의 주민 대피가 신속해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대피시설 위치 홍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민방위 교육을 할 때 지하 주차장, 지하철 역사 등 대피시설 위치를 교육하는 것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피시설 위치 정보를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노인·장애인 등 안전 취약계층에는 대피시설 홍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