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된 통일부 업무보고 자료에는 "대북전단 관련 법률 개정은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임을 강조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9월 대북전단 살포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아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조항이 표현의 자유 침해가 지나치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가 재개됐고, 북한은 대남 오물 풍선 살포로 맞대응하면서 남북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이재강·윤후덕·이용선·박지혜 의원 등이 나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기존 법령보다 제재 수위를 낮춰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고려해 접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되, 국민 안전 문제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유관기관 및 주요 단체와 소통하고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도 경청하는 등 상황 관리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회의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왔다. 이날 야당 간사로 선임된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원회 첫 회의에서 업무보고라는 자리에서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 그것도 외통위 위원 3명이나 포함된 (법안을) 업무보고서에 써서 그게 국익에 해가 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업무보고 형식으로 국회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업무보고서를 처음 본다"면서 "자료를 다 회수하고 다시 업무보고서를 작성해 오셔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도 "업무보고에 위원들의 이름을 적시하면서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업무보고를 한다는 것은 통일부에서 이 위원회에 대해 '졸'로 보는 것인가. 의원에 대한 모욕"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용선 민주당 의원은 "(법안이) 통일부의 업무보고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라며 "이것을 통일부 업무보고에 넣어서 헌재의 판결과 연결시켜서 매우 신중치 못한 법안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나. 이 자료는 당연히 회수되어야 되고 장관께서이것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도 "적절하지 않은 행태"라며 "이것에 대해서는 통일부장관이 정확하게 사과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여당에서도 통일부의 업무보고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재판소 결정, 인권위원회의 결정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침해할 수 없는 굉장히 중요한 가치라는 평가들이 있었다. 서로 간에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그 근본적 취지는 당연히 공감되어야 된다"면서도 "다만 첫 업무보고를 하면서 구체적 법안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시기보다는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얼마인지 할 수 있는 사안을 굳이 여기에 담아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여러 위원님께서 지적하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자료는 위원들이 말씀하신린 대로 보완해서 다시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